올들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400조 신용카드시장에 재벌계와 은행계 업체 간 영토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삼성, LG 등 재벌계 전문카드사의 공격적인 영업에 밀려 수세를 면치 못했던 은행계 카드업체들이 마케팅 부문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며 과감한 조직 개편을 단행, 대반격에 나서고 있다.
더구나 현대자동차가 다이너스카드를 인수한 데 이어 내년에는 유통재벌 롯데와 이동통신 1위 업체 SK 등이 잇따라 카드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돼양대 진영의 생존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은행계 카드사의 영업망 확충경쟁
최근 8억원의 거금을 들여 메이저리그 투수 박찬호를 전속모델로 기용한 국민카드는 14일 일선 마케팅조직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동부, 중부, 서부, 영남 등 4개 지역에 영업본부를 신설하고 안산, 평택, 구리, 원주, 충주등 지방 중소도시 10곳에 영업점을 확충한다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영업본부장과 영업점장 자리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한다는 계획. 이를 위해 1급 간부 17명 전원의 사표를 받고 다른 직원들과 똑 같은 조건에서 공모에 참여토록 했다.
올해 2,100억원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되는 외환카드는 내년도에는 시장점유율을 현재의 5%에서 10%대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 아래 영업시스템을 ‘소규모 다점포’ 전략으로 바꾸기로 했다.
대형지점 형태의 영업조직을 3~4명의 마케팅 전문 직원만 상주하는 소규모 영업점포 위주로 바꿔나간다는 방침.
내년 한해동안 전국 각지에 약 100곳의 소점포를 신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대 1 개별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고객관계관리(CRM)를전담하는 콜센터 직원도 1,000명에서 2,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비씨계열의 독립화 바람
비씨카드 계열의 12개 회원은행들도 대기업 전문카드사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독자적인 상품개발 및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예 비씨의 우산 하에서 벗어나 카드부문을 독립시키겠다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조흥은행은 카드지분 49~50%를 외국 카드사에 매각, 내년 상반기 중 조인트법인을 설립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한빛ㆍ평화ㆍ광주ㆍ경남은행을 거느린 우리금융그룹도 한빛ㆍ평화은행을 합병하면서 카드부문만 별도로 떼어내 전문 카드사를 설립키로 했다.
4개 계열 은행의 신용카드 사업부를 한 데 모아 카드법인(가칭 ‘우리카드’)를 세우고 장기적으로는 비씨 계열에서 완전히 분리시킨다는 것이 회사측의 계획. 회원사들의 분리 독립으로 비씨카드는 미국의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처럼 브랜드와 네트워크만 관리하는 전문기업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측이다.
은행계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각종 상품을 만들어 팔면서 고도의 영업기법과 마케팅력을 쌓은대기업들에 비해 은행계 카드사들의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기업에 대한 시장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앞으로는 생존 차원에서 마케팅 부문에 대한 투자에 매달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형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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