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차장에 이어 법무부 차관에 이른 진승현 게이트의 정ㆍ관계 커넥션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이 진씨 자신의 입을 통해 확인한 정ㆍ관계 로비 내역을 담은 리스트가 있고, 여기에 정치권 실세를 비롯한 고위 인사 여러 명이 올랐다는 얘기다.
당장 사표를 낸 법무차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진씨와 얽힌 의혹을 규명해야겠지만, 국민적 관심은 리스트에 담긴 커넥션의 전모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우리는 먼저 정부가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한 민심의 속성을 유념하기 바란다.
국민이 납득하는 선까지 진상을 파헤치지 않는 흔한 꼬리 자르기는 공연히 고통만 더할 뿐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는 것이 과거의 교훈이다.
특히 지금은 상처가 저절로 아물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법무차관의 게이트 연루의혹은 통치권의 기반을 흔들 만큼 심각하다. 대검 중수부장을 거쳐 대통령 측근에서 공직 사정을 총괄한 이가 금융 사기꾼과 어떤 식으로든 얽힌 것은 정부의 도덕성을 우습게 만들었다.
대통령의 부패 척결 다짐을 공허한 구호로 들리게 하는 것이다. 수뢰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정 책임자가 사기꾼을 만나고 검찰에 선처를 부탁하고 변호인 추천까지 했다는 보도만으로도 이 정부 핵심부의 의식 풍토를 개탄하게 한다.
국민의 관심이 그의 거취에서 곧장 미확인 리스트로 옮겨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원 차장과 민정 수석 정도의 경륜을 가진 이들이 한갓 젊은 벤처 기업인의 사기 행각에 그토록분별없이 얽힌 것을 개인적 결함 탓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이들과 다른 권력 실세들이 함께 얽혀 압력과 청탁과 선처를 주고 받은 것으로 보는 것이 이 사회의 건전한 상식이다.
김 전 차장 측은 게이트의 전모가 담긴 리스트를 검찰에 사건 축소를 종용하는데 이용한 흔적이 있다고 한다.
진상이 공개되면 나라의 기반이 흔들린다는 논리를 폈다는 얘기다. 또 지난해부터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여러 세력이 담합과 힘겨루기와 위협 등의 사악한 게임을 벌인 이면도 드러났다.
이런 상황은 이 정부의 기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국민의 우려와 불신을 씻고 정부를 추스르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밖에 해법이 없다고 본다.
또 다시 드러난 구멍만 메우는 대응 자세로는 이미 곳곳에서 물이 새는 둑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
국민과 정부를 위한 길을 외면하고서 지킬 가치가 있는 권력 실세나 성역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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