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 일방 탈퇴 선언에 대해 자극적인 비난을 삼가 하는 등 절제된 반응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 질서의 초석인 ABM 협정에서 탈퇴키로 한 미국의 결정은 실수”라고 밝혔으나 “미국이 미사일 방어(MD) 체제 구축을위해 ABM 협정에서 탈퇴해도 러시아의 안보는 위협 받지 않을 것이며, 양국은 전례 없는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또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전략무기 감축에 관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문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8월 ABM 협정 일방 탈퇴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이후 “타협은 없다”며 반대해 온 태도에 비춰 볼 때 매우 순화된표현이다.
러시아는 3,400여기의 핵탄두를보유한 만큼 미국의 MD망이 구축돼도 자국의 공격 능력은 변함이 없으며, ABM 탈퇴 선언 이후 미국과의 각종 협상에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군부 등에서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위해 러시아를 최대한 이용한 후 뒤통수를 쳤다”며 “아프간 지원은 물론ABM과 관련해 어떠한 팁도 바라지 않는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소수 의견인 듯 하다.
실제 푸틴은 이미 ‘포스트 ABM’에 대비한 정책을 입안했으며 미국은 물론 유럽 국가와의 경제 협력,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 재정립, 전략 핵무기 감축 규모 등에 대한 계획을 마련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는 이날 양국의핵탄두를 1,500~2,200기 수준으로 감축하자는 안을 냈으며, 나토 19개국과 설치키로 한 공동 행동을 위한 의사결정 협의기구에서 거부권을부여 받기 위해 미국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양국은 내주 국방장관 회담에서 내년 중반께 예정된 부시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 등을 협의하면서새로운 전략무기 통제체제 문제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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