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서울 용산기지내 아파트 건축계획이 알려진 지난 7일, 서울시는 “신청사와 함께 민족공원을 조성해야 하는 곳에 미군 아파트를 신축한다니 말이 되느냐”며 절대 불가(不可) 입장을 밝혔다.고 건(高 建)서울시장도 10일 시의회에서 “시 도시계획의 근본취지에 부합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관계부처에 전달할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시의 이 같은 자세는 국방부의 아파트 허용 방침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았다.
아파트 건립 허용 방침이 전해진 13일, 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 청사 이전계획에는 변함이 없으며 (미군과의) 협의 당사자인 국방ㆍ외교통상부와 적극 협의해 (이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한미군과 국방부를 향한 서울시의 ‘경고와 비난’목소리에 시민단체는 박수를 보냈고 시민도 오랜만에 자신의 입장이 대변되는 것같아 뿌듯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속마음은 전혀 다른 데 있었다.
아파트 사태가 불거질 즈음, 시는 주한미대사관의 신축과정에 특혜를 인정해 달라는 요청을 접수한 상태였다.
지난 6월 캐나다대사관 신축과 관련, 무리한 용도변경 때문에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시였으니 또 하나의 ‘혹덩이’를 안고 공론화대신 덮고 감추기에 급급해야 했던 시 간부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공개만 되지 않는다면 시는 ‘구렁이 담넘어 가듯’ 슬그머니 미 대사관측에게 편의를 봐주고 넘어가려 하지 않았을까.
미군 아파트 건설 반대 목소리뒤에 숨어 대사관 문제를 처리하려 했다는 비난을 받는 것도 그 때문이다.
“속았다”라는 느낌이 드는 게 기자뿐일까.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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