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과 칼 세이건. 두 ‘과학 영웅’의 저서가 번역출간됐다.스티븐 호킹의 ‘호두껍질 속의 우주’는 그의 기념비적인 저서 ‘시간의 역사’(198년) 이후의 이론물리학의 진전과 관점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에필로그’는 1996년 사망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유작이다. 이 책의 마지막 교정을 보던 중 세상을 떠난 칼 세이건은 생의 마지막까지 우주와 세계의 아름다움, 위기에 처한 지구의 미래에 대해 감동적으로 이야기한다.
■호두 껍질 속의 우주
스티븐 호킹 지음, 김동광 옮김ㆍ까치발행, 2만3,000원
스티븐 호킹은 현대 물리학의 조류를 통합하는 자신의 대통합론인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 ‘시간의 역사’가 나왔던 1988년 즈음에 곧 완성될 것처럼 보였다고 말한다.
“만약 우리가 완전한 이론을 발견한다면 그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신의 마음을 알게 될 것이다”고 그는 말했다.
이번 책에서 그는 그동안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희망에 차서 걷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 사이 과학의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인체 DNA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됐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의 발달은 인간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리처드 파인만의 복수(複數)의 역사개념을 결합시켜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을 만들려는 이론물리학에서도 괄목할 발전이 있었다.
호킹이 가장 중요한 진전으로 꼽는 것은 ‘브레인 세계(brane world)’이론이다.
브레인은 막(膜) 또는 표면이라는 뜻으로, 이 이론에 따르면 우주는 10~11차원으로 이뤄져 있고 우리가 경험하는 4차원(공간의 3차원과 시간의 1차원)을 뺀 나머지 6차원이 7차원은 극히 작은 크기로 말려 있어서 우리가 알 수 없다.
호킹은 이 이론을 토대로 “우주의 역사가 인간과 같은 지적 존재를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매끄럽지 않고 호두껍질처럼 약간 울퉁불퉁한 표면의 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호킹은 이번 책에서도 인류가 시간과 공간에 대해 탐구해온 여정을 일반인도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풍부한 그림과 설명은 물론, 인기 SF시리즈 ‘스타 트렉’에 빗대어 유머와 위트를 섞어 물리학의 주제들을 설명하는 그의 노력은 독자들을 자연스레 흥미로운 지적 탐험으로 초대한다
■에필로그
칼 세이건 지음, 김한영 옮김ㆍ사이언스북스발행, 1만2,000원
백혈병 투병기간 중에도 독자들에게 천문학을 대중화와 우주의 신비에 대한 꿈을 키워주려 한 칼 세이건의 노력은 놀라울 정도다.
“우리는 질문하는 용기와 그에 대한 해답의 깊이를 통해 이 세상을 의미있게 만든다”는 그의 말은 과학을 통해 세계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이다.
‘에필로그’는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에는 그가 유행시킨 ‘수십억의 수십억’이란 말에 얽힌에피소드 등을 들려준다.
세이건이 우주의 크기를 설명하면서 별과 은하의 개수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이어지는 페르시아 체스판에 얽힌 사연, 스포츠광에 관한 이야기 등은 독자들로 하여금 수학과 화학, 우주와 인간본성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이해 할 수 있게 한다.
2부에서 새우가 살고 있는 작은 어항 속의 생태계에 관한 관찰로 우리가 살고있는 지구라는 생태계를 생각하게 하는 글과, 장난감 이야기를 통해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오존층 파괴와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는 그의 글은 쉽고도 감동적인 환경론이다.
이어 과학과 정치의 관계, 강대국들의 전쟁과 무기 개발의 역사, 낙태 논쟁, 20세기 과학이 이룩한 혁명적 발전의 의미등 진지한 주제들을 친절하게 해설하는 글이 3부로 묶였다.
마지막 4부는 그가 백혈병에 걸린 것을 알고 죽음과 대면하면서 겪었던 심경 상태에 대한 기록이다.
과학을 ‘어둠을 밝히는 작은 촛불’이라며 그것이 인간에 주는 희망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데 평생의 힘을 쏟은 세이건의 유려하면서도 힘있는 필치가 여일한 감동을 준다.
스티븐호킹(위) “우리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왕으로 간주할 수 있다.”
칼세이건(아래) “지구환경 문제는 모든 국가와 모든 세대를 묶어주는 끈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기적이었던 인간의 기나긴 유년 시절은 비로소 막을 내릴 것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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