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정한 신체감정의가 보험사 자문을 겸하는 관행이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감정의가 소송의 한쪽 당사자인 보험사와 연계돼 있는 것은 심각한 공정성 시비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서울지법 감정의 일부가 보험사 자문을 겸한다는 본보 보도(11월9일 29면)와 관련, 한국손해사정인협회가 서울, 인천,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6개 지법의 실태를 조사, 1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 자문을 겸하는 감정의는 모두 35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험사 감정 의뢰가 몰리는 신경외과와 정형외과의 경우 6개 법원이 지정한 신체감정의는 모두 190여명인데 비해 보험사 자문을 겸하는 의사는 30여명에 달해 6명 중 한명 꼴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인천지법이 13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ㆍ대전ㆍ광주지법이 각 5명, 부산지법 4명, 대구지법 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법의 경우 특정 대학병원 소속 의사가 11명이나 차지해 보험사와의 연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일부 의사는 10여개에 이르는 보험사의 감정 자문을 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으며, 대부분 감정의들도 2ㆍ3개사 보험사를 상대로 집중적으로 감정 자문을 해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는 감정 자문료로 건당 15만원을 지급한다.
이 같은 내용은 손해사정인협회가 실무차원에서 보관하던 보험사 자문의 명단과 법원의 신체감정의 명단을 대조한 결과 드러난 것이어서, 실제 보험사 자문을 겸하는 감정의 숫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실련 보험자문 위원인 이화창(李和昌) 손해사정인은 “지방의 경우 감정지정 병원 숫자가 적어 50% 이상이 보험사 자문을 해주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행정처도 지난달 15일 각급 법원에 “감정의가 보험사와 계약을 맺거나 건당 수수료를 받으면서 자문을 겸하는 실태를 파악하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보험사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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