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용산기지 이전계획 백지화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와중에 국방부가 기지내 아파트 건립계획을 선뜻 허용 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미군 아파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특히 군 안팎에서는 한미동맹 관계상 이를 승인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은 인정하면서도, 협의도 하기 전에 ‘OK’해준 국방부의 ‘무전략ㆍ무전술’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국방부는 그 동안 미군 아파트 건설 계획에 대해 “개정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측이 건축설계도 등 계획안을 제출해 오면, 지자체와 협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왔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군의 아파트 건설을 규제할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미군 기지내 시설 건축과 관련된 개정 SOFA 3조1항의 ‘협의’는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한국 정부가 주장하는 승인이나 동의의 개념이 아니라 미국이 주장하는 “지자체의 승인과 동의는 불필요하다”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즉 미군이 한국과 협의없이 아파트 신축을 강행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국방부 정책 입안자들 내부에서도 한미동맹 관계상 주한미군이 병사들의 주거를 위한 아파트 건축 요구를 묵살하기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주류를 이뤄왔다. 미국측은 “일본과 독일의 미군 기혼자 주거율이 70%를 넘는 반면, 최전방인 한국의 경우 불과 10%에 그치고 그나마 시설도 노후하고 열악해 병사들이 한국 배치를 꺼리고 있다”며 국방부를 압박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국방부의 내부적인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미국과 협상을 시작도 하기 전에 아파트 건축 허용의사를 밝히는 ‘우(愚)’를 범했느냐는 것이다. 물론 국방부는 당정협의자료의 내용은 원칙론적인 측면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군사 전문가들은 “국방부는 전술 전략에서 미군에 판정패했다”며 “보다 신중하게 대처했다면 서울시 도시계획 등에 미칠 부정적인 요인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아파트 건축을 유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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