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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수준의 번역아니면 한국문학 세계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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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수준의 번역아니면 한국문학 세계화 불가능"

입력
2001.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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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번역문학상 찬 정혜영 교수“한국 문학이 작품 자체로 인정받고 독자를 얻는 길은 원작의 세계성과 번역문의 문학성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박환덕)이 주관하는 제5회 한국문학번역상을 수상한 정혜영(60) 한양대 독문과 교수는 “커다란 힘이 된다”며 환하게 웃었다.

수상작은 독일어로 번역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남편인 김광규(60) 시인의 시집이다.

정교수는 “한국현대사의 격동기를 수십 년 간 함께 살아와서 원작에 공감할 수 있었다”면서 “작품의 세계성에 대한 희망이 있었던 것도 중요한 동기였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1992년부터 발로 뛰며 한국과 독일의 중견작가들의 문학 교류를 성사시켜온 사람이다. 벌써 10년째, 그의 노력은 큰 결실을 맺고 있다. 남편 김광규 시인도 이를 뒷바라지했고, 정교수는 틈틈이 남편의 시를 독일어로 옮기기 시작했다.

문단 일각에서는 이들 부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우리 문학을 해외에 알리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찬 두 사람은 지치지 않고 번역 작업과 교류 행사를 계속했다.

정교수는 독일어로 번역한 김광규 시인의 시 한 편 한 편을 원어민과 독일 작가들에게 보여주고 몇 차례씩 윤문을 받았다.

독일어로 번역된 시집이 출판된 이후 독일과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 김시인의 작품 낭독회를 할 때면 청중들이 시집을 사 가지고 줄을 서서 작가의 사인을 받았다.

독일어권의 신문과 잡지에 좋은 서평도 실렸다. 역자로서 뿌듯한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부부는 서울대 독문과 동기생으로 만난 캠퍼스커플이다. 40여년을 같은 공부를 하는, 같은 직장을 가진 독문학자로 살아왔지만, 집에서는 서재를 따로 쓰며 공부한다.

이들은 최고수준의 번역이 이뤄지지 않는 한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인정받아 유수의 문학상을 타기 위해선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들의 노력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앞당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두 사람은 말했다.

자택 서재에서 만난 정혜영 김광규 교수 부부. 정교수가 손에 들고 있는 책이 독일어로 번역된 김교수의시집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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