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동의 '녹색경전'김욱동 서강대 영문과 교수가 ‘녹색 경전’(범우사 발행)을 냈다.
‘녹색’이 담고 있는 의미야말로 생태계 파괴ㆍ환경 오염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인류사회의 새로운복음이다. 이 책은 김교수가 그 복음을 전하기 위한 ‘경전’으로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문학 전공자로 ‘문학 생태학을 위하여’ ‘시인은 숲을 지킨다’ 등의 책을 통해 문학예술가들이 ‘녹색’에서 맡아야 할 몫을 강조해온 그가 동서고금의 저서에서 생태주의와 관련한 주옥 같은 명문들을 뽑은 것이다.
‘천지로 장막 삼고, 등칙으로 베개 삼고/ 잔디로 요를 삼고, 떼구름으로 차일 삼고/ 샛별로 등촉을 삼어’ 우리땅에서 전승되어온 서사 무가 ‘바리 공주’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인간과 자연이 마치 손등과 손바닥처럼 따로 떼어서 구분할 수 없는 것임을, 자연을 벗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이산 김광섭 시인의 ‘성북동 비둘기’ 첫 연이다.
김교수는 “인간의 물질 문명에 쫓기는 것이 어찌 비둘기 뿐이겠는가. 여기에서 비둘기는 작게는 날짐승, 크게는 이 우주에 살고 있는 모든 개체와 종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대지는/ 꽃을 통하여/웃는다’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의 시 ‘대지에 핀 꽃 한 송이’의 전문이다.
그에게 대지는 하나의 살아있는 생명체다. 김교수가 엮은 ‘경전’은 생명체로서의 대지와 우주,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할 인간의 자세를 일러주는 앤솔로지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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