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코리아 부회장 진승현씨가 지난해 8~10월 검찰의 내사 단계에서 수십억원대의 비자금을 뿌리며 청와대와 국정원 등 최고의 권력기관을 양 날개로 불구속 선처를 위한 조직적인 구명 운동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청와대 로비의 핵심대상은 신광옥(辛光玉) 법무부 차관이었고, 국정원은
김은성(金銀星)전 2차장과 정성홍(丁聖弘) 전 국가정보원 과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로비의 막후 역할은 민주당 당료출신최택곤(崔澤坤)씨가맡았다.
▽청와대 로비
진씨는 지난해 하반기 검찰의 내사가 시작돼 자신을 옥죄어 오자 9월 이후 회사출근도 포기한 채 서울시내 유명호텔을 전전하며 사실상 도피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소극적인 도피행각 대신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리며 권력핵심부 공략이라는 전략을 사용했다.
진씨는 먼저 민주당 정책위 부위원장 출신의 실세 당료로 평소 친분을 맺어온 최씨를 통해 청와대에 손을 뻗쳤다.
진씨는 김 전 차장과는 별도의 라인인 최씨를 통해 당시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신 차관에게 접근, 검찰 수사에 압력을 행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진씨 사건은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대형비리 사건으로 발전했고 검찰수사도 무마하기 힘든 상황으로 접어 들었다.
당시 신 차관은 진씨에대한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차장은 대검방문에도 불구, 진씨가 구속되자 신 차관이나 검찰측에 상당한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씨는 또 진 전차장을 검찰에 대한 구명로비 창구로 활용했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진씨는 지난해 초부터 이미 김 전 차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었으며 사업상으로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은 진씨의 부탁을 받고 검찰의 내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대검을 방문, 수사진행 상황을 문의하고 불구속 수사 등 선처를 부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방문의 표면적 이유는 ‘진씨와의 혼담’ 이었지만 실제로는 구명청탁이었다는 게 당시 검찰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국정원 로비
진씨는 정 전 과장을 구명로비에 적극 활용했다.
정 전 과장은 한스종금 등에 대한 금감원 검사와 조가조작 조사를 무마해 주는 조건으로 진씨로부터 1억여원을 받았으며 MCI코리아의 법인카드도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과장이 진씨로부터 돈을 받은 뒤 실제로 금감원에 검사무마 로비나 외압을 행사했는지는 현재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제단 요원을 통해 최소한 금감원 검사 일정이나 방향 등 동향을 점검해 왔을가능성이 매우 높다.
진씨는 또 한스종금 인수과정에서 17억여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금감원 고위간부에게 직접 로비자금으로 제공했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해 김영재(金映才) 전 금감원 부원장보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신인철 한스종금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진씨는 최씨와 김전 차장 및 정 전 과장을 통해 정치권 로비를 맡긴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최씨는 여권내 마당발 인맥을 바탕으로 진씨에게 여권 인사 상당수를 소개해주고 로비자금 전달과정에도 상당부분 개입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씨가 뿌린 진씨의 로비자금만 1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정 전 과장은 진씨와 함께 김홍일(金弘一) 의원을 찾아가 선거자금 제공의사를 밝히는 등 여권실세와 여당의원에 대한 로비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차장도 일부 야권 인사에 대한 접촉창구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신광옥차관 일문일답
최
택곤씨를 통해 진승현씨에게서 1억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신광옥 법무차관은“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민주당 관련 정보 수집을 위해 최씨를 3, 4차례 만난 적은 있으나 진씨관련 부탁이나 돈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진씨가 검찰에서 “돈을 전달해달라며최씨에게 1억원을 줬다”고 진술했다는데.
“내가 돈을 받았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얘기다. 이 것은 단순 배달 사고가 아니라 내이름을 팔고 다니며 사기를 친 것이다.”
-지난해 진씨에 대한 금감원 조사와 검찰 수사 때 금감원과 검찰에 압력을 넣거나청탁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가.
“작년 8월에 금감원과검찰에 청탁대가로 나에게 1억원을 줬다는데 (내가)금감원에 부탁한 흔적이 있는지 그리고 검찰에 (진씨) 사건을 물어보기라도 한 적이 있는지 알아보라.”
-검찰이 공식 확인에 들어갔는데.
“내가 검찰에 사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소환조사하면 얼마든지 응하겠다. 대신에 나에 대한 오보를 쓰는 등 잘못 저지른 사람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진씨나 진씨 아버지, MCI코리아회장 김재환씨를 정말 모르나.
“진승현이나 주변 인물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전화 통화도없었다. 대통령 보좌하는 일국의 수석으로 그렇게 가볍게 행동하지 않았다.”
-한때 진씨측에게 C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 번에 나도 그런 얘기 들은 적이 있어 특수 1부장한테 웃으면서 내가 C변호사를 어찌 알아 왜 소개시켜주겠느냐고 했다.
내가 법무부 기획관리 실장으로 있을 때 검사들이 변호사 소개해선 안된다는 법을 만든 사람이다. C변호사하고는 선ㆍ후배 관계나 지역 등 전혀 연고 관계도 없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최택곤씨 누구
진승현(陳承鉉ㆍ28)씨돈 1억원을 신광옥(辛光玉) 법무부 차관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택곤(崔澤坤ㆍ57ㆍ사진)씨는 민주당 비상근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4ㆍ13 총선 당시 진씨가 제공한 정치자금을 여권의원에게 전달하는‘정치권 로비 통로’로도 알려진 최씨는 지난 7일 본보의 인터뷰 요청 직후 잠적한 상태다.
전북 김제 출신으로 지난해 4ㆍ13 총선 당시 고향에 공천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그는 15년 전 정치권에 첫 발을 디딘 후 ROTC 장교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에 현 여권의안보관련 분야에서 활약해왔다.
평민당 국방안보위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야당 총재시절 설립한 한국내외문제연구소 이사 등을 지냈으며, 13대국회의 ‘상무대 이전 비리 청문회’당시 당의 진상조사위 간사를 맡아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많은 정보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지난 대선 당시김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ROTC출신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최근에는 국방위 국정감사 때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상임고문에게 조언을 해준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동교동 인맥으로 분류되며 권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권 전 최고위원측은 이에대해 “최씨가 ‘권노갑 특보’행세를 하고 다녀 권 전 위원이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준 적이 있다”며 “진승현 게이트 당시에도 권 전 최고위원 등여권 핵심인사의 이름을 들먹이며 브로커 노릇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최씨는 최근까지 벤처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었다며 당직자들에게 자신을 과시하고 다녔다”며 “최근 모교인 K고 개교 50주년 행사에 참석,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실세들과 깊은 교분으로 청와대 수석들도 최씨의 방문이나 만남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최씨가 MCI코리아 상임고문이란 직함을 갖고 다니며 진씨의 정치자금 제공 등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 때문이다.
최씨는 현재 권 전 최고위원과 같은 아파트(서울 용산구 서빙고동)단지에 살고 있으며, 지난 해 8월 중풍을 맞은 뒤 당뇨, 고혈압 등의 합병증으로 외래 통원 치료를 받아왔다.
박정철기자
parky@hk.co.kr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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