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광고 종이 술…. 외국기업들이 유독 좋아하는 국내 산업이다.한때는 토종기업이 장악했던 이들 업종은 이제 외국기업들의 텃밭이 된 상태다. 부실기업은 해외업체에 매각되면서, 우량기업은 외자를 유치하면서, 결과적으로 이들 산업에서 외국자본의 지배력은 날로 공고해지고 있다.
‘외국자본의 토종자본 말살’이란 국수적 시각도 있지만, 개방경제 시대에 불가피한 흐름일 뿐 아니라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에너지
최근 외국업체의 진출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 지난 5일 미국의 에너지업체인 미란트가 민자발전회사인 현대에너지 지분 100%를 인수한데 이어, 11일엔 싱가포르 국영전력회사의 자회사인 SPI가 민자발전사업체인 LG에너지 및 LG파워 지분 50.1%를 넘겨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1995년 민자발전업체로 선정된 4개 회사중 사업을 포기한 포스에너지를 제외한 3개사 가운데 아직 외국지분이 유입되지 않은 곳은 SK계열의 대구에너지뿐. 그러나 대구에너지도 현재 외국의 메이저 전력회사와 지분제휴를 추진중이다.
외국사들이 한국의 에너지사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동안 정부독점사업으로 유지되어온 사실상의 신규시장인데다 국내 산업구조가 에너지 다소비형으로 짜여져 있어 수익성도 좋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의 E-ON, 파워젠, RWE, EDF 등과 석유 메이저회사들은 한전 발전 자회사와 가스공사 민영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 역시 전력생산경험이 없기 때문에 경험과 기술이 뛰어난 외국업체와 손잡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굳이 발전소 지분을 100% 갖고 있을 필요는 없다”며 “외국 유력업체와 자본제휴를 맺을 경우 새로운 투자자금도 확보하고 신용도도 높아지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광고
현재 LG애드는 WWP그룹과 대주주 지분협상을 진행중이다. 이번 딜이 성공할 경우 외국계 광고사의 시장점유율은 50%를 넘어서게 된다. 1996년까지 외국계 광고사의 점유율은 3%대에 불과했지만 99년 영국계 코디언트 그룹이 금강기획(현대계열), 룩셈부르크의 GMH가 코래드(해태계열)를 각각 인수하면서 이젠 국내 토종광고사와 역전을 눈앞에 두게 됐다.
현재 10대 메이저 광고사중 외국자본은 모두 6개사. 업계 관계자는 “외국광고사의 진출은 기업이 계열 광고사에 물량을 주던 ‘하우스 에이전시’체제를 붕괴시켜 광고시장의 대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제지
환란이후 연간 1조2,000억원 규모의 신문용지 시장이 외국인 손에 완전히 넘어갔다. 신문용지 시장의 60%의 장악하고 있는 팬아시아페이퍼의 경우 6월 한솔제지의 잔여지분 33%를 아비티비콜 솔리테이티드(캐나다)와 노르스케스코그(노르웨이)가 인수함으로써 100% 외국자본이 됐다. 한라제지도 한라그룹 지분 100%를 보워터사에 넘겨 보워터한라로 다시 탄생했다.
■기타
주류시장 역시 외국자본의 텃밭이 됐다. 과거 두산의 OB라거는 벨기에업체에, 진로의 카스는 진로발렌타인에 넘어갔고, 유일한 토종임을 자처하는 하이트도 외국지분이 상당부분 참여한 상태다. 한국인의 씨앗인 종묘시장이 모조리 외국자본에 점유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
메트라이프 알리안츠 뉴욕 ING AIG 프루덴셜 라이나 등 외국계가 대거 포진한 보험시장에서 이들의 전체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지만, 최고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종신보험에선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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