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투입이나 정부 간접출자 은행의 수신 점유율이 갈수록 하락하면서 ‘시중은행 지도’가 재편되고 있다. 합병 국민은행의 독주 속에 선발은행(한빛, 조흥, 외환)과 후발은행(신한, 하나, 한미)간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12일 금융계에 따르면 합병 국민은행의 총수신은 9월 말 현재 132조9,816억원으로 시중은행 총수신(406조8,915억원)의 32.6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을 합쳐 1999년 말 27.32%, 2000년 말 32.00%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로 합병을 통해 완전한 독주 태세를 갖췄다.
선발-후발은행간 수신 점유율은 갈수록 좁혀지는 추세다. 한빛은행은 99년 말 15.85%에 달하던 점유율이 9월 말 13.44%(54조6,868억원)로 추락했으며, 조흥(10.60% → 10.20%) 외환(9.74% → 9.31%) 등도 점유율이 다소 하락했다.
반면 신한은행은 9월 말 36조7,766억원의 총수신을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을 99년 말(8.17%)보다 1%포인트 가량 높은 9.04%로 끌어올렸다. 하나(9.58%) 한미(5.83%)는 올들어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기는 했지만 외환 위기 이후 튼튼한 수신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된 제일은행과 국내외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은행은 영업이 크게 위축되며 하위권으로 전락한 상태다. 제일은행은 99년 말 6.33%였던 수신 점유율이 4.48%까지 떨어졌으며 서울은행도 5.05%에서 4.18%로 낮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운용난으로 수신 증대에 적극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수신 점유율 변화는 해당 은행의 영업력과 고객의 신뢰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잣대”라며 “이같은 은행권 역학구도 재편은 은행간 이합집산을 더욱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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