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수지 김 사건'발생 당시 안기부장 장세동씨가 윤태식씨의 납북미수 주장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기자회견을 강행시켰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또한 장씨가 윤씨의 귀국 이후 그가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보고 받고도 은폐지시를 내린 사실도 확인했다.서울지검 외사부(박영렬 부장검사)는 12일 사건발생 당시 안기부가 "납북미수 사건이 아닌 것같다"는 싱가포르 현지 주재원의 보고를 묵살,기자회견을 강행했다고 밝혔다.검찰에 따르면 당시 싱가포르 주재 한국대사관은 윤씨가 자진월북을 시도했다는 물증을 확보하는 등 그의 납북미수 주장이 거짓임을 알고 잇었던 것으로 드러났다.안기부 주재원도 이런 상황을 파악한 뒤 보고서를 올렸으나 당시 수뇌부 장모 해외담당 부국장을 현지로 보내 기자회견을 시도했다고 검찰은 밝혔다.검찰은 또 당시 장 전 부국장인 윤씨에게 "미국대사관에 망명을 시도했다가 한국대사관으로 보내진 사실은 말하지 말라"고 주문하는 등 기자회견 내용에 일부 관여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권이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사건이 벌어지자 안기부가 무리인줄 알면서도 기자회견을 강행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전날에 이어 장씨를 재소환했으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당시 해외담당 국장 정모씨를 불러 대절신문을 벌였다. 정씨는 검찰에서 "장씨가 주재원의 보고를 받고도 기자회견 강행지시를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검찰은 중요사안이었던 만큼 장씨가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계혹하고 있다.
한편 장씨는 "윤씨가 살인 사실을 자백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나 당시 남북관계 등을 고려,진상 발표를 적당한 시기로 미루자고 했다"며 사후사건은폐 책임은 시인했다.검찰은 장씨 등을 상대로 추가조사를 벌인 뒤 다음 주 초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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