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철새가 날개가 부러졌다거나 너구리가 차에 치었다는 전화를 받는다.며칠 전에는 밤10시에 안산산업도로를 지나던 어떤 사람에게서 차에 치인 너구리를 보관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 도착하니 너구리 뒷다리는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동물 병원에 데려가 방사선 촬영을 해보았는데 치료가 불가능했다. 허탈했다.
최근 시화호 주변은 갈대밭과 자연의 습지가 군락을 이루면서 가까스로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다. 특히 너구리 등 포유류종류가 많아졌다. 하지만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주변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하고 죽음에 이르는 동물도 많아졌다.
이 달 들어서만 시화호 주변에서 5마리의 너구리가 죽었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죽음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자연과 함께 공조하며 살아왔던 포유류 동물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종족을 보존하고 있고, 전국 곳곳에서 동물의 서식지는 도로의 개발 등으로 파괴되고 있다.
또 이들 중 많은 수가 교통사고로 죽어 가는데, 이제는 아예 자신을 보호하는 지혜를 발휘해 차량이지나지 않는 밤을 기다려 이동하기도 한다.
시화호 인근에서 동물들이 죽어간다면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죽어 가는지 모를 일이다.
고속도로에 중앙분리대가 생겨나면서 분리대가 장벽이 되어 차량에 치어 죽는 동물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몇 해전한국도로공사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냈는데 앞으로 서해안 고속도로에 교통영향평가를 실시해 동물이동통로를 만들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서해안고속도로에는 서산에만 '동물이 지나가고 있다'는 플래카드와 함께 서산농장 젖소들을 위한 고가형식의 동물이동통로가 있을 뿐이다.
군산까지 가는 길에는 동물들의 이동통로는 커녕 플래카드도 보이지 않는다. 자유롭게 동물이 이동하던 길 곳곳에 고속도로라는 장벽을 만들어 동물 사이에 이산가족을 만드는 행위이다.
독일은 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가드레일에 철조망을 설치해 동물들이 도로를 횡단하지 못하게 하고, 고속도로 밑으로 동물들의 통행로를 만든다. 우리 인간은 조상 대대로 자연과 공생하며 살아왔다. 이것을 하루아침에 버린다는 것은 인간만 살자는 이야기 일 것이다.
도로를 만들 때에도 인간만의 편의가 아닌 동물보호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자연생태계에 살 권리를 찾아 주는 것이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길이다.
/최종인 희망을 주는 시화호만들기 시민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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