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영악한 영화와 순진한 영화로 분류한다면, ‘이것이 법이다’는 분명 후자에 속한다.처음부터 전통적인 수사극의 형태를 잃지 않는 것이 그렇고, 스타 캐스팅에 연연해 하지 않고, 사건진술에 따라 배우의 무게를 배열한 것이 그렇다.
‘이것이 법이다’는 연쇄살인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지만 범인과 형사의 추격전 보다는 경찰 내부의 갈등에 더 많은 무게가가 있다.
사건 현장마다 타로카드(Tarotㆍ서양 카드점)를 남기는 연쇄살인범은 대담하게도 살인현장을 담은 화면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한다.
‘미스터 Q’로 불리는 살인범은 부패한 정치인, 타락한 기업인을 살해했던 전력을 살려 이번에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은 재벌 2세를 살해했다.
‘미스터 Q’ 신드롬이 퍼지는 가운데 다혈질의 강력반 봉형사(임원희)와 특수반 표형사(김민종)는 사사건건 갈등을 일으키지만, 김반장(주현)이 특수반을 맡게 되며 둘은 같은 팀으로 일하게 된다.
‘조폭 마누라’로 뜬 신은경은 이전 영화에 비해 캐릭터가 미약하고, 배우이자 가수인 김민종의 얼굴을 팔아보려는 속셈도 보이지 않는다.
대신 주현- 장한선- 임원희로 이어지는 강력반 형사의 캐릭터는 ‘말끔한’ 액션영화들이 포기해온 땀내나는 형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각목을 대들고 덤비는 깡패의 위협에 쩔쩔매는 장항선이나 옛 동료의 자폐증 아들을 위해 ‘새우깡’을 사들고 찾아가는 주현의 모습에서 이 영화가 ‘형사로서의 삶’을 보여 주려는 진지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임원희는 ‘다찌마와 리’에서 보여준 코믹 연기의 틀을 벗고 정통극으로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순진한 발상은 세련된 영화와는 상충된다. 무력한 법을 대신 집행하는 ‘일심회’의 존재에 대한 심리적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논리가 취약하고, 드라마는 다소 맥이 풀린다.
잔재주만 부리는 영화들에 비해 분명한 장점은 있지만, 문제는 영화 전체의 맛이 너무 순하다는 것이다.
98년 ‘토요일 오후 2시’로 데뷔한 민병진 감독의 3년만의 재기작이다. 21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