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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말모임 노래는 선택아닌 필수…전! 명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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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말모임 노래는 선택아닌 필수…전! 명가수!

입력
2001.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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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백화점의 송년 모임. 예순 가까운 사장이 ‘광화문연가’를 멋들어지게 부르자 직원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이것도 잠시. 훨씬 젊은 전무가 ‘울고 넘는 박달재’ 를 부르며 분위기를 갑자기 가라앉혔다.

다시 분위기를 뒤집은 것은 사장의 앵콜곡 ‘Before the Dawn’. 직원들은 ‘오빠’를 연호하며 괴성까지 질렀다.

연말 모임의 필수 코스가 된 노래 부르기. 한 중견기업의 대표는 ‘2차 얘기만 나오면 손발이 저린다’ 고 한다.

노래 공포증 때문이다. 노래 부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술만 진탕 마셔대다 위에 구멍 난 시의원도 있고, ‘술상무’ 대신 ‘노래상무’를 둔 국영기업체 국장도 있다.

노래가 곧 능력인 시대이다. 연말을 멋지게, 적어도 무사히(?) 넘기기 위해 서수남 구지윤 이병원 심수천씨등 전문 노래강사들로부터 노하우를 들어본다.

■어떤 노래를 부를까

노래방이 동네마다 들어서면서 전국민이 ‘가수’를 자부하다시피하는 요즘.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보다는 ‘어떤 노래를 불러야하는가’에 단연 관심이 더 많다.

14년째 노래교실을 운영해 온 가수 서수남씨는 신곡을 우선 권한다.

“일단 신선미가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 ‘선창’이나 ‘비내리는 고모령’ 같은 고전은 시대적인 감수성을 담아낼 수 없다. 트로트를 하더라도 신곡을 해야 분위기가 뜬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곡이라고 아무 곡이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노래전도사’ 구지윤씨와 서수남씨가 추천한 노래들은 비교적 멜로디라인이 쉽고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어주는 노래들. 의외로 댄스곡이 많다. “느린 곡에서는 보컬의 단점이 많이 드러난다. 탁탁 치고나갈 수 있는 음감을 지닌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라는 게 서씨의 설명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듣기에는 쉬운 것 같아도 부르기는 만만찮은 노래들도 뽑아볼 수 있다.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는 장식음을 정교하게 처리해야 하는 곡이라 의외로 어렵다.

‘노래방 애창곡이 히트곡’이라는 속설을 입증한 ‘또 한번 사랑은 가고’는 듣기도, 부르기도 쉬운 노래.

‘워우워우워~’하는 애드립이 들어가는 R&B나 숨가쁜 랩도 아직 우리의 노래방 정서에는 시기상조다.

노래교실강사를 하며 KBS ‘도전 주부가요스타’와 ‘아침마당’의‘가족 노래방’코너 심사위원도 맡고 있는 작곡가 심수천씨는 연말 분위기를 돋우는 노래로 ‘관광버스 스타일’의 트로트가 가장 무난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멜로디라인이 가장 익숙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안치환) 등의 ‘건전가요풍’도 연말 온가족이 부르기에 적합한 노래.

좀더 분위기를 잡고 싶다면 서문탁의 ‘사슬’이나 소찬휘의 ‘Tears’, 주부들에게는 최진희나 김종환의 노래를 권할 만 하다.

‘Bridge of the Troubled Water’ 같은 스탠더드 팝송도 근사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노래.

반면 분위기를 잡다 못해 아예 ‘썰렁하게하는’ 노래는 웬만하면 피해야 한다. 심씨는 특히 윤시내의 ‘열애’같은 곡은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는 너무 심각하다. 노래 못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잘하는 사람도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일쑤”라고 말한다.

■노래방에서 지켜야 할 수칙들

노래방에서 점수를 잘 받는 방법은 따로 있다. 바로 자막이 흐르는 속도와 노래를 맞추는 것이다.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구지윤씨는 “멋을 부린다고 박자를 엇갈리게 부르면 점수는 기대할 수 없다. 가수들이 노래방에서 자기 노래를 부를 때 점수가 잘 안나오는 것도 그래서다”라고 말한다.

‘음치 클리닉’을 운영하며 수십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이병원씨는 “고음을 부를 때는 마이크를 입에서 30cm정도 떼어야 한다. 평소처럼 바짝 대고 있으면 반드시 돼지 멱따는 소리가 난다”고 말한다.

노래방의 최대 꼴불견은 한번 마이크 잡으면 안 놓는 사람. 반면 부르라고 하면 끝까지 빼다가 남이 근사하게 부를 때 끼어 들어 합창을 하려는 사람도 만만찮은 눈총을 받는다.

노래강사들은 “남 노래부를 때 잡담하거나 딴짓하지 않는 것, 박수치며 분위기 돋우는 것은 노래 잘 부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기본예절”이라고 말한다.

■음치도 한번 나서보자

이모든 조언은 그래도 노래가 어느 정도 ‘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음치에게는 특별한 처방전이 필요하다.

이병원씨는 첫 소절부터 엉망진창으로 나오는 음치 증세에 ‘무아지경성 순간혼절증’이라는 기발한 병명을 붙이고, 이런 치료법을 일러준다.

“우선 정신을 차리고 영어단어 외우듯, 멜로디라인을 쪼개서 차근차근 외우라” 이를테면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소양강 처녀)을 무작정 따라 부를 것이 아니라 ‘해저문’ ‘소양강에’ 등 소절별로 쪼개 수십 번씩 들으며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씨가 추천한 노래들은 비교적 음치로서도 반복 연습을 통해 단기간에 정복 가능한 곡들이다.

“듣고 부르고 익혀라” 노래 강사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노래 잘하는 비법’이다. 그들은 “TV에서 기성가수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주부들 중에는 밥하는 시간까지도 노래교실에 투자하는 사람도 있다”고 귀띔한다.

제 아무리 흥에 겨워 부르는 노래라지만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데는 그만큼의 투자가 필요한 법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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