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시장이 축소하고 DVD시장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영화의 지상파 방영권료가 수직상승하고 있다.영화 제작사입장에서 극장 개봉외의 ‘제2의 수입원’이 비디오에서 지상파 방영권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 800만의 관객을 모은 ‘친구’는 8일 케이블방송 HBO를 통해 방영됐고, SBS는 현재 제작사와 방영권 협상을 진행 중이다.
SBS는 앞서 추석 연휴 ‘공동경비구역 JSA’를 방영하면서 10억대의 방영권료를 지불했다. ‘쉬리’의 6억원에 비하면 급상승한 가격이다.
사실 지상파방송사가 한국영화에 관심을 보이기 이전까지 비디오는 영화로서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컴퓨터 및 케이블 TV의 보급율이 높아지면서 비디오시장의 성장세는 멈춰섰다.
흥행대작이라도 판매량은 10만장을 넘기 힘들다. ‘친구’는 9만 8,000장, ‘엽기적인 그녀’는 7만장.
한 때 5만개소에 달하던 전국 비디오 대여점의 숫자가 2만~2만5,000개로 줄어들어 비디오 판매 총량은 90년대초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친구’의 경우 비디오로 거둔 수익은 15억원 정도. 영화제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하면서 영화제작사들은 수익이 더 이상 늘지 않는 비디오시장에 대해 더 이상 연연해 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신 영화채널이 늘어나는 방송환경에서 영화 유통의 또 다른 창구로서 방송에 눈을 돌리고 있다. HBO, OCN, 예술영화TV 등 케이블 영화채널이 11개에 이르고, 위성방송이 출범하면 영화채널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방송사간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판권이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아직 케이블방송이 활성화하지 않은 까닭에 절대적 수치는 낮다.
케이블방송의 방영권료는 흥행작의 경우 1억원 정도다.
반면 SBS프로덕션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평가절하됐던 한국영화의 지상파방영권료는 현실화됐다”고 말한다.
1999년 초 SBS가 ‘접속’의 방송판권을 확보할 때 방영권료는 1억원에 못미쳤다. 그러나 현재 웬만한 한국영화라면 방영권료는 3억원 정도.
2년동안 세 배 정도 올랐다. 지상파 방송사가 경쟁이 붙으면 가격은 ‘무제한’으로 뛴다. ‘공동경비구역 JSA’가10억대의 높은 방영권료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적어 지상파방송에 적합하면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조폭마누라’는 비디오가 출시될 경우 7만장 가량 판매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상파 방영권료는 8억원, 케이블 방영권료는 1억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비디오 수익과 맞먹는 수치다.
그러나 최근 흥행작들을 놓고 지상파방송의 영화구매담당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방송의 속성상 폭력적인 장면이 많은 폭력 영화의 방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SBS프로덕션의 관계자는 “IMF를 계기로 외화의 방송판권 가격은 주춤한 상태지만 그간 부가판권정도로 치부되던 TV 판권에 대한 산업적 인식이 달라지면서 한국영화의 판권은 수직 상승했다. 영화제작자들도 30억을 웃도는 제작비에서 최소한 3분의 1정도는 지상파 방영권료로 충당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일련의 조폭영화들은 지상파방송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에 기대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