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예정자 중) 취업에 성공한 학생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예요.”“(대학이) 실업자 양성소가 돼버렸어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원징계재심위원회 대강당. 정부의 ‘대졸자 종합실업 대책’발표에 초청된 대학총장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침통했다. 이날 예정됐던 참석 대상자는 전국 193개대 총장. 그러나 ‘되풀이 대책’ 발표를 예감한 탓인지 전국120개 대학에서만 총장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총장들의 하소연=총장들은 회의 시작에 앞서 “올 대학 졸업예정자 취업률이 지난해의 ‘반의 반토막’도 채 되지 않는다”고하소연하면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A대 총장은 “올 2월 졸업생 취업률이 59%였는데, 내년 2월 졸업 예정자 취업률은 현재 15%”라고호소했고, B대 총장은 “총장부터 교수, 말단 직원까지 발 벗고 나서 기업을 돌며 사정하고 읍소하는 등 ‘별 짓’을 다하고 있다”고 아픈 현실을전했다.
취업률이 지난해 75%에서 20%대로 떨어졌다는 C대 총장은 “정부가 제시한 3만5,000명 단기고용대책은 장기 취업과 연계 측면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따졌다.
특히 지방대 총장들은 더욱 심각한 지방대생 취업난 타개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방 D대 총장은“지역 기업 및 지자체에서 지방대생을 우선 고용하는 ‘지역할당제’를 도입하거나, 지방대와 기업의 산학 협력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총장들은 한 목소리로 “현재 상황은 IMF 경제 위기 직후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취업 희망자43만명에 일자리는 6만여개 뿐” 이라는 등 최근 취업대란의 심각성을 알렸다.
■답답한 대책=정작 회의가 시작되자 알맹이 없는 정부 대책 발표에 총장들은 입을 다물었다. 한완상(韓完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진 념(陳 稔) 재정경제부 장관 등은 이날 대졸 및 대학졸업 예정자 3만5,000여명에게3~6개월간 유급(有給)으로 직장생활을 하게 한 뒤 입사시험에서 우선 채용의 기회를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대졸자 종합실업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대책이 ‘재확인’ 수준에 머물자 질의 응답 시간이 주어졌는 데도 총장 3명만이 나서 보충질문을하는 데 그쳤다. 꾸벅꾸벅 조는 총장까지 눈에 띄었다. 한 참석자는 “정부의 종합대책은 정작 10여일 후에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제자들 취업알선하느라 바쁜 전국의 총장들을 왜 불러 모았는 지 모르겠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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