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9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경영컨설팅과 아웃소싱 등 6개 분야 지식집약 비즈니스서비스분야를 선정, ‘전략적 비즈니스서비스(SBS)’라고 명명했다.OECD는 이를 국가경쟁력과 세계경제 성장의 핵심분야로 규정, 회원국별 특성에 맞는 육성전략을 발굴할것을 권고했다.
OECD권고안이 나온 지 2년 뒤인 지난 7월 정부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며 내수진작과 경기 부양을 위해 서비스산업을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육성대상 업종으로는 외식ㆍ숙박업을 포함해 모두 10개를 선정했고, 이 가운데 하나로 비즈니스 서비스가 포함됐다.
하지만이 같은 정부의 ‘서비스 드라이브’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냉랭하다. 한 마디로 원칙과 전략이 없는 졸속 정책이며, 심지어 일각에서는 ‘실패한 벤처정책의 재판(再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쿠킹호일 정책’인가
재정경제부는 최근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의 후속조치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 골프장과 헬스클럽을 소비성 서비스업 범위에서 제외시켰다.
매출액의 20% 까지만 인정했던 손비처리 한도를 풀어, 타 서비스업종에 비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의한 관계자는 “선진국들이 주목하고 있는 서비스업은 제조업과의 양대 성장축으로서의 서비스이지 골프나 식ㆍ음료, 숙박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육성하겠다는 것이 서비스 산업인지, 침체된 경기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연세대 노전표(魯全表ㆍ경영) 교수는 “모든것을 하겠다는 것은 모두를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문화 관광 등 전통적 서비스산업을 간과해서도 안되지만 정책에는 우선순위와 원칙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고용과 성장의 핵심 영역에 대한 ‘선택과집중’ 원칙의 부재(不在)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졸속 정책은 경기부양을 우선시한 재경부의 논리와 제조업 등 산업정책에 초점을 맞춘 산자부 등 타 경제부처의 전략을 화학적 결합 없이 서둘러 뒤섞어 놓은 데 따른 것이다.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을 발표하기 전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도 전문가 공청회도 없었고,심지어 부처간 협의도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가 지난 10월 연 서비스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학계 관계자는 “부처마다정책 목표가 다르고, 서비스산업의 개념조차 혼재돼 있어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전략 없는 돈 풀기가 경기를 띄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확대 재생산하고왜곡을 심화할 뿐”이라며 “경기진작의 명분으로 서비스가 낙점된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말했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서비스산업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푸는 일이라고 업계 및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예를 들자. 현행 공업배치법상 산업단지 내에는 사실상 공장만 입주할 수 있다. 빈 공단이 넘쳐 나지만 물류업체나 인력파견, 산업디자인 업체 등 서비스업체는상대적으로 비싼 임대료와 전기료를 물어야 하고, 제조업체에 주어지는 취득ㆍ등록세 감면효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물류나 아웃소싱 등이 제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이 같은 차별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세제는 어떤가. 매출액에서 원자재 등 매입액을 차감한 것에 세율을 곱해 매기는 부가가치세액 산정방식에 근거할 경우 서비스산업, 특히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은 매출액 전체가 부가세 과세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한 중소 아웃소싱 업체 사장은 “매출액의 10% 수익을 얻기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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