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등 현악기 시장에서 국산은 거의 외면당하고 있다.어쩐지 못미덥다는 생각에 외제가 터무니없는 고가에 거래되는가 하면 전문 연주자가 아닌 어린 학생들도 수천만 원짜리 외제 악기를 쓰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200년 이상 된 ‘올드’ 악기는 소리의 좋고 나쁨을 떠나 무조건 비싼 값에 팔린다.
과연 그럴까. 국내 정상의 실내악단인 금호현악사중주단은 14일 저녁 8시 예술의전당 연주회에서 국산 악기를 쓰기로 했다. 국산도 외제 못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결정한 것은 최근 금호아트홀 전시실에서 열린 한국바이올린제작가협회의 작품전시회를 보고 나서이다.
홀에서 연습하다 전시회에 들른 단원들이 악기를 시험해보고는 소리는 물론 마감까지 외제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 동안 과다니니, 과르네리, 테스토레 등 이탈리아산 올드 악기나 미국산 현대악기를 써온 이들이 이번 연주회에서 사용할 악기는 올해 또는 지난해 국내에서 만든 새 악기들.
앙상블에 어울리는 음색을 지녔다. 금호현악사중주단의 리더 김의명씨는 “올드 악기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라며 “국산을 외면하는 것은 외제만 좋은 줄 아는 선입견 탓”이라고 지적했다.
제 2 바이올린 주자 이경선씨는 새 바이올린에 반했다. 그는 “본래 현대 악기를 안 좋아했는데 이번 악기는 이질감이 전혀 없다”며 “마음에 쏙 들어 사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처럼 국산 악기를 사고 싶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20명 남짓한 국내 현악기 제작자들은 애써 만든 작품을 팔지 못하고 대부분 악기 수리나 외제 악기 거래로 먹고 산다.
특히 싼 중국제가 밀려오면서 국내현악기 생산은 단절되다시피 한 상태다.
국산 악기 명예회복의 장이 될 14일 음악회는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5중주 작품 57’과 브람스 ‘피아노 4중주 1번’으로 꾸며지며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협연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무료 공연이다. 입장권 신청(02)3463-5615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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