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곡가 겸 지휘자 안익태(1906~1965) 선생의 동상제막식에 참가하기위해 아내 로리타(84)여사가 한국에 왔다.올림픽공원 내 평화의광장에서 11일 오전 열린 동상 제막식에서 그는 “기쁘고자랑스럽다”며 한국에 거듭 감사를 표시했다.
안익태기념재단 초청으로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9일 날아왔다. 선생이 생애 마지막20년을 보낸 그곳, 갓 결혼한 두 사람이 신혼살림을 차렸던 옛집에서 줄곧 살아왔다.
작달막한 키의 스페인 할머니는 여전히 곱고 정정했다. 소리가 잘 안들려 한 쪽귀에 보청기를 꼈을 뿐이다.
소녀 같은 미소를 띤 채 “한국에 오면 늘 집에 온 것처럼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함께 데려온 두 외손자 마누엘(19)과 로렌초(17)는 “할머니가 한국에서살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안익태-로리타 부부의 세 딸은 스페인에서 주부, 변호사, 연극배우로 살고 있다.
남편의 추억을 말할 때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훌륭한 음악가였고 무엇보다 조국을 사랑했다”며 금세 그리움 가득한 표정이 됐다. 지갑 속에 늘 갖고 다니는 빛 바랜 남편의 얼굴 사진들을 꺼내 보여줬다.
“이곡을 들을 때마다 나를 기억해달라“는 친필과 함께 선생이 아내를 위해 작곡한 가곡 ‘흰 백합화’ 악보가 그려진 것도 있었다.
제막식에는 이강숙(李康淑) 안익태기념재단 이사장, 원로 음악가 전봉초(全鳳楚),작곡가 이성재(李誠載), 장명수(張明秀) 한국일보 사장, 강영훈(姜英勳) 전 국무총리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로리타 여사는 13일 아침 마요르카로 돌아간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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