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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진주 대진고속도로…덕유산 거쳐 지리산 지나 수려한 산세따라 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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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진주 대진고속도로…덕유산 거쳐 지리산 지나 수려한 산세따라 남으로

입력
2001.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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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가 갑자기 좁아진다. 나라를 북에서 남으로 가르는 3개의 고속국도(고속도로)가 개통 또는 개통 예정이기 때문이다.지난 달 21일 대전과 통영을 잇는 고속국도 중 진주까지의 구간(일명 대진고속국도, 35호선)이 개통된 데이어 14일에는 춘천과 대구를 연결하는 중앙고속도로(55호선)가 완전히 열린다.

그리고 23일께 서해안을 훑어 서울과 목포를 잇는 서해안고속국도(15호선)가 완전 개통될 예정이다.

과거 교통의 오지를 지나가는 이 3개의 고속도로는 지역활성화에 엄청난 도움을 줄 듯. 아울러 우리의 여행ㆍ레저문화를 크게 뒤바꿀 전망이다.

작은 시간도 쪼개야 하는 도시인, 지도를 읽을 줄 모르는 길맹(盲)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교통상으로 먼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아직 손때를 덜탄 아름다운 여행지가 부지기수이다. 새 고속국도를 따라 더욱 가까워진 아름다움으로 떠난다.≫

모든 구간이 아름답다. 산세가 수려한 지역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산자락은 대부분 전북의 진산 덕유산과 국내 최고의 명산 지리산에 걸쳐 있다.

남대전을 떠나면 멀리 금산군의 진악산을 바라보며 달린다. 곧 도착하는 곳이 인삼랜드휴게소. 주차장부터 독특하다.

다른 휴게소의 주차장이 너른 광장에 그냥 줄을 그어 놓은 것이라면 인삼랜드휴게소는 길을 내고 줄을 그었다.

길 사이사이에 화단을 꾸미고 나무를 심어 분위기를 냈다. 화장실이 특히 깨끗하다. 금산의 특산물인 인삼과 관련한 모든 제품을 판다.

휴게소 뒤쪽에 조망용 발코니를 만들어 놓았는데 금산 지역의 연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휴게소를 떠나면 왼쪽으로 덕유산의 풍광이 펼쳐진다. 이미 첫 눈이 내렸지만 볕에 내몰린 눈은 거의 녹았고 그늘과 산정상 부근에만 희끗희끗 남아있다.

덕유산의 산자락은 편안하다. 아늑한 골짜기를 타고 나 있는 길을 달리면 그 안락함에 취할 수 있다.

88올림픽고속국도와 만나는 함양분기점을 지나면서 산세는 우뚝 솟는다. 이번에는 오른쪽이 가파르다. 지리산이다.

경남, 전북, 전남 등 세 도의 경계가 되는 지리산은 멀리서 바라봐도 그 위세를 알 수 있다. 산청IC 부근을 지나면 최고봉인 천왕봉이 눈에 들어온다.

한라산을 제외하고 남한 땅덩어리에 있는 최고봉이다. 1년에 300일은 이 곳에서 정상을 볼 수 없다.구름과 안개에 가리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는지 화창했다. 역시 산 정상에만 눈을 이고 있다.

산청에서 만날 수 있는 또 하나의 반가운 풍광은 경호강이다. 지리산의 동남쪽을 감싸고 도는 경호강은 구절양장의 곡류천. 여러 개의 다리를 건너면서 맑은 강을 지난다.

▽충남 남부지역

대전을 출발한 고속국도는 먼저 충남 금산을 지난다. 금산은 인삼의 고장.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한반도 인삼의 절반 이상을 생산했던 곳이다.

지금은 인삼 산지가 전국 각지로 흩어져 있어 과거의 권위를 내세울 수는 없지만 여전히 인삼 유통의 70~80%가 이루어지고 있는 인삼의 본고장이다.

금산에서 둘러볼만한 곳은 보석사와 개삼터. 보석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이다. 근처의 산 중턱에서 금을 캐 불상을 만들었다고 해서 보석사란 이름이 붙었다. 앙증맞을 정도로 자그마한 절이지만 역사적 무게는 만만치 않다.

신라 헌강왕 11년(885년) 조구대사가 창건했다. 한창 번성했을 때에는 500여 명의 승려와 3,000여 신도가 북적댔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영규대사가 이 절에서 수도했다. 임진왜란 때 불타버린 것을 고종 때 명성황후가 중창했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도열해 있는 약 400m의 절길과 병풍 같은 진악산의 봉우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대웅전과 산신각의 모습이 단아하다.

개삼터는 우리나라에 인삼 재배가 시작된 곳. 보석사와 마찬가지로 진악산 기슭에 있다.

모친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정성을 들이던 강씨 처사가 산신령의 현몽으로 인삼을 찾게 됐고 그 씨앗을 이곳에서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금산군청 문화관광과 (041)750-2225

▽전북 서부지역

전북에서도 교통의 오지로 꼽혔던 무주, 진안, 장수(일명 무진장) 지역을 지나간다.

이 지역은 국립공원 덕유산을 비롯해 마이산 등 명산이 밀집한 지역이다. 덕유산은 설명이 필요없는 명산.

산을 오르는 무주구천동의 38경도 좋지만 특히 최고봉인 향적봉에서의 조망이 빼어나다. 덕유산국립공원에는 모두 8개의 등산 코스가 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가 집단시설이 있는 삼공 매표소에서 백련사를 거쳐 향적봉에 오르는 것. 약 8.5㎞로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힘든 산행이 불가능하다면 무주리조트(063-320-7000)의 관광곤돌라를 이용하면 된다. 본격적으로 덕유산을 등정하려면 1박 2일의 일정이 필요하다. 종주 코스이다.

남덕유산의 영각사에서 출발, 삿갓재-무릉산-동엽령을 거쳐 향적봉대피소(063-322-1614)에서 1박한다.

이튿날 향적봉을 출발, 백련사 코스를 타고 하산한다. 덕유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063)322-3174

진안군의 마이산(관리사무소 063-433-3313)은 말의 귀 모습처럼 생겨서 이름이 붙은 산. 섬진강과 금강의 분수령을 이루고 있다.

기이한 바위 사이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탑사가 신비롭다. 사람이 직접 쌓은 수십기의 돌탑이 반긴다.

▽경남 내륙지역

뭐니뭐니해도 지리산이다. 지리산은 경남, 전남, 전북 등 3개도에 걸쳐 있는 산.

최고봉인 천왕봉은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의 경계에 속해 있다. 그러나 교통 사정이 어렵다 보니 지리산의 관광지는 천왕봉과 멀리 떨어져 있는 노고단 부근의 구례, 하동 쪽에 더 발달했다.

이제는 진정한 지리산의 얼굴인 천왕봉쪽이 각광을 받을 차례이다. 천왕봉에 오르는 중산리, 백무동, 대원사, 칠선골 지구 등이 서울에서 4시간 거리로 짧아졌다.

지리산 산행의 백미는 종주. 천왕봉(1,915m)에서 노고단을 잇는 주능선이다. 지도상의 거리는 25.5㎞이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데다 등정과 하산 코스까지 합치면 족히 60㎞, 약 25시간을 걸어야 한다.

산행만 2박 3일이 걸린다. 지리산동부관리사무소 (055)972-7771~2

지리산의 서쪽으로는 그림 같은 강이 흐른다. 경호강이다. 경호강은 지리산 동남쪽을 흐르는 섬진강에 비견되는 강.

구절양장으로 굽이치는 강물이 유리처럼 맑다. 북쪽에서 한탄강과 내린천이 래프팅의 명소로 각광을 받는다면 남쪽 래프팅 마니아들은 경호강을 찾는다.

강변은 겨울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는다. 물길을 따라 대나무 숲이 울창하기 때문이다. 산청군청 문화관광과 (055)973-5690

▽남녘의 바다

사실 남녘의 쪽빛 바다는 수도권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다. 서울에서 쉬지 않고 달려도 7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

휴가 등 웬만큼 여유가 없다면 꿈도 꾸지 못할 곳이다. 그런데 5시간대로 짧아졌다. 남해도, 통영, 고성 등 절경이 코 앞에 다가 온 것이다.

‘주저앉으면 그 곳이 관광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해도(경남 남해군)는 섬 전체가 절경이다.

섬 주위를 타고 도는 해안도로, 밀가루 같은 모래를 품고 있는 상주, 사촌 해수욕장 등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움이 파도와 바람을 맞고 있다.

남해도에서도 금산은 단연 최고에 해당된다. 금산의 제1경은 해돋이. 동남쪽 미조만에 흩어져 있는 섬들 사이로 해가 떠오른다. 말을 잊는다.

진주IC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진교IC나 하동IC에서 빠지면 쉽게 남해대교에 닿을 수 있다. 한려해상공원 금산관리사무소 (055)863-3521.

통영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수많은 섬으로 떠나는 출발지로서의 의미도 깊다.

한산도, 매물도, 욕지도, 외도, 해금강 등 바다 위에 떠있는 보석같은 섬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통영시청 문화관광과 (055)645-0101

고성군은 천혜의 관광지. 그 아름다움은 바닷가 절경인 상족암으로 대표된다.

수억 년에 걸쳐 퇴적된 수성암으로 파도가 바위를 깎아 커다란 동굴을 만들었다. 이 바위에는 특이한 자국이 남아 있다. 공룡 발자국이다.

수를 센 것만 4,000여 개. 먼 옛날 ‘공룡의 낙원’이었다. 고성군청 문화관광과(055)670-2271

/권오현기자koh@hk.co.kr

■개통의미

서울에서 출발하는 중부고속국도는 충남 연기군 남이면의 남이분기점에서 경부고속국도와 만난다. 이후 대전까지 같은 길을 간다. 그리고 대전남부순환고속국도의 산내분기점에서 경남 통영시로의 남행을 다시 시작한다.

완성된 길은 진주까지. 길의 번호는 중부나 이 구간이나 같은 35번이다. 통영까지는 2004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지금은 길의 이름이 여러가지여서 헷갈리지만 그 때에는‘중부고속국도’로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의 개통은 그 동안 교통 때문에 여행객의 발길이 뜸했던 충남남동부, 전북 북서부, 경남 서부 그리고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서 진주까지 4시간 30분대. 벌써 왕래의 발길이 크게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빼어난 관광자원과 인삼이라는 특산품에도 불구하고 대전 시민의 여행지에 불과했던 충남 금산군, 스키철에만 사람을 불러모았던 전북의 덕유산과 마이산, 천왕봉이 있는 지리산의 동북쪽 지역(경남 산청 등)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가장 반가운 것은 쪽빛 남쪽 바다이다. 남해도, 통영, 고성 등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광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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