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곳이 인상적이다. 모두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우선 꼽을 곳은 서해대교.여행을 좋아하는 수도권 주민들이야 대부분 이 다리를 건너봤겠지만 남쪽 지방의 주민들은 새롭게 경험하는 다리이다.
대교 양쪽의 시멘트 난간이 높아높아 승용차에서는 다리 아래의 바다를 볼 수 없다. 강한 바람에 자동차가 뒤집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높여야 했다.
개통 초기에 다리 위 갓길에 차를 세우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여행객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엄금. 절대 다리 위에서 차를 세울 수 없다.
그러나 서해대교 남단의 행담도휴게소에 내리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행담도는 당진군에 속해있는 작은 섬. 대교를 건설할 당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이 이 섬을 지키기 위해 아우성을 쳤던 곳이다.
서해대교는 아산만을 가로질러 행담도에서 한 숨을 쉬었다가 당진 땅으로 들어간다. 행담도휴게소는 크기로만 따진다면 도로변 휴게소 중 전국 최대.
휴게소에서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 위압적인 서해대교의 위용을 구경함은 물론 물이 빠지면 갯벌에도 나갈 수 있다.
갯벌을 뒤지면 바지락이 나온다. 상ㆍ하행선 어디에서나 진입할수 있다.
다음에 또 바다를 만나는 곳은 홍성에서 대천을 거쳐 서천에 이르는 구간. 서해대교처럼 바다를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오른쪽으로 멀리 펼쳐진다.
이제는 맨 땅만 드러낸 논밭이 있고 그 너머에 갯벌과 바닷물이 보인다. 평평한 육지에서 지평선을 보듯 바라보는 바다는 코 앞에서 파도치는 동해안의 그것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파도가 보일 듯 말 듯 안개처럼 뽀얀 물빛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경기 서해안
섬으로의 여행이 주를 이룬다. 비봉IC에서 빠지면 제부도, 대부도 그리고 지난달 연도교로 연결된 영흥도까지 갈 수 있다.
수도권 여행 마니아들은 낯익은 곳이지만 남쪽 여행객에게는 새롭게 다가올 수 있다.
바지락칼국수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도로변, 주말이면 도시처럼 불야성을 이루며 흥청거리는 모습이 이채롭다.
제부도는 열리는 바닷길로 들어가는 섬. 하루에 두번 들고날 수 있다.
작은 섬이지만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다. 남쪽 해변에 우뚝 선 매바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밀물이면 물에 잠겼다가 썰물이면 밑둥까지 드러난다.
갯벌도 일품. 모래갯벌에서는 바지락, 게는 물론 바닷가재의 일종인 ‘쏙’도 잡을 수 있다. 화성시청 문화관광과(031)369-2069.
대부도는 해산물과 갯벌이 유명한 섬. 이제 수도권 주민의 인기 나들이터가 됐다. 섬 북쪽에 총연장 12.7㎞에 이르는 시화방조제가 조성돼 있다.
안산시청 문화체육담당관실 (031)481-2106. 영흥도는 아직 개발의 손때를 덜 탄 섬. 섬을 빙 돌며 세 곳의 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십리포해수욕장의 서어나무군락이 유명하다. 영흥면사무소 (032)886-7801
서평택IC로 빠지면 충남 아산시의 명소와 쉽게 만난다. 아산온천, 현충사(041-539-4600)등이 기다린다.
▽충남 서부ㆍ중부
관광지가 고밀도회로처럼 얽힌 곳이다. 풍광이 수려한 명승은 물론 각종 유적이 넘친다.
가장 각광받을 곳은 태안군 안면도. 원래는 섬이 아니었는데 조선 인조때 서해와 천수만을 잇는 운하를 파 섬이 됐다.
안면도는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타고 무려 14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이 꽃지해수욕장.
2002년 국제꽃박람회가 열리는 곳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백사장과 바다 위에 우뚝 솟은 할미ㆍ할아비바위가 인상적이다. 안면읍사무소(041)673-3081.
천수만이 드리워진 홍성, 서산 지역에도 파도가 없는 편한 바다를 보려는 관광객이 몰릴 듯. 특히 대하구이로 유명한 홍성의 남당항과 천수만 방조제 한가운데에 있는 간월도 등이 특히 북적댈 전망이다.
천수만에는 지금 철새들이 운집하고있다. 호수 같은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철새의 군무. 겨울 여행의 백미이다.
바닷가가 아닌 내륙에도 명소가 많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의 마애삼존불(041-663-3675), 보존상태가 거의 완벽한 해미읍성(해미성당041-688-1123) 등도 돌아볼만 하다.
▽전북 서부
고군산군도는 군산에서 약 50㎞ 지점에 위치한 섬의 무리. 선유도, 무녀도,장자도 등 63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유도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망주봉이라는 우뚝 선 바위산 아래에 길게 드리워진 선유해수욕장(선유도진리 이장댁 063-465-4787)이 있다.
군산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이 군도의 섬 한 개와 군산산업공단의 한쪽, 그리고 남쪽 변산반도의귀퉁이를 이어 거대한 삼각형 형태의 새만금 간척지를 만들고 있다.
군산에서 잠시 남하하면 김제시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너른 벌판을 가지고 있다. 만경읍에서 심포항쪽으로 가다보면 사위를 둘러도 모두 논 뿐인 지평선이 나타난다.
북쪽은 만경강이 흐르고 남쪽은 동진강이 펼쳐진다. 동진강 하구에 광활면이 있다. 얼마나 땅이 넓으면 이런 지명을 얻었을까. 김제시청 문화관광계 (063)540-3224
김제시의 남쪽 부안군은 군 전체가 관광지. 변산반도국립공원(관리사무소063-582-7808)이 군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변산반도는 설명이 필요없는 곳. 채석강, 적벽강 등 해안절경은 물론 내변산, 직소폭포등 산세 또한 기막히다.
천년고찰 내소사와 개암사가 뿜어내는 정기도 예사롭지 않다. 변산반도에 들렀다면 인근의 고창 선운사를 빼놓을 수 없다. 절 뒷산에 동백꽃이 무리지어 핀다.
▽전남 서부ㆍ남부
고속국도의 최남단이 전남 서해안을 끼고 내려가면서 무안, 신안, 해남군의 바다에 떠있는 깨알 같은 섬들이 한꺼번에 다가왔다.
비금도, 신도, 우이도, 도초도, 가거도 등 이름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배를 타야 하는 섬이아직 대부분이지만 연육교와 연도교로 이어진 섬도 많아 수도권 관광객이 즐겨 찾을 전망이다.
아슬아슬하게 육지와 이어져 있는 무안군의 해제반도가 또한 각광을 받을 듯하다.
꼬불꼬불한 해안선을 따라 바위절경과 해수욕장이 연이어 펼쳐져 있다. 썰물 때의 갯벌도 장관이다.
무안군에는 보석 같은 명소가 있다. 고속국도의 최남단 일로읍의 회산연꽃방죽이다.
나들목에서 20분 거리에 있다. 길이 복잡하지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군에서 아예 길바닥 아스팔트 위에 ‘연꽃’이라고 이정표를 그려 놓았다. 길만 보고 가면 된다.
10만여평의 저수지에 연꽃이 빼곡하다. 연꽃방죽은 8월초부터 9월말까지가 장관이다. 그러나 겨울에도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
연꽃도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무안군청 문화관광과(061)450-5319
일로에서 영암군까지는 불과 1시간 거리. 호남의 명산 월출산(관리사무소061-473-5210)이 있다. 바위봉우리가 도열한 거친 산으로 하루 일정의 등반에 제격이다.
산행 후 월출산 온천에서 몸을 푼다면 멋지게 겨울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개통의미
마이카시대 이전에는 서해안 지역이 크게 각광을 받던 여행지였다.
특히 여름이면 대천해수욕장을 비롯해 서해안 해수욕장으로 수도권 사람들이 몰렸다. 장항선이라는 열차 덕분이었다.
차를 갖고 열차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서해안은 동해안에 사람을 빼앗겼다. 그래서 서해안고속국도의 완전개통은 이 지역에 큰 의미가 있다.
지금 개통된 구간은 서울에서 군산(동군산)까지. 23일이면 전남 지역의 난공사 구간을 마무리하고 목포시 바로 북쪽의 일로(무안군)IC까지 완전 개통될 예정이다.
길이 열리면 서해안이 다시 살아날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리아스식 해안인 서해안은 복잡한 해안선을 갖고 있는 곳.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절경이 부지기수로 남아있다. 특히 끝없이 펼쳐진 너른 갯벌이 사람을 불러모을 것이다.
안면도, 고군산군도와 밤하늘의 별처럼 흩뿌려져 있는 신안군의 크고 작은 섬들도 가깝게 다가온다.
종착지인 목포는 서남해안의 중심. 옆으로 영암, 해남, 완도 등의 명소가 붙어있다. 월출산, 땅끝마을, 보길도 등에 이르는 길도 쉬워졌다.
낚시꾼도 반가워한다. 곡창지대에 만들어진 수많은 저수지는 민물낚시꾼에게, 더욱 가까워진 포구는 낚싯배를 타려는 바다낚시꾼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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