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는 신문 만평 난에서 더러 이쪽저쪽을 왔다갔다하는 여인으로 묘사된다.한쪽 남자와 짝짜꿍이 되는 것을 다른 쪽 남자가 질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런 삽화들이다.
짝짜꿍이 되는 쪽이 어떤 땐 민주당이 되고, 어떤 땐 한나라당이 된다. 그럴듯한 해학이요 풍자다.
■JP는 이번에도 만평 난에 등장할 법 했다.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문제를 놓고 왔다갔다 했다.
처음엔 검찰총장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면서, "죄없는 사람을 국회가 뭣 때문에 오라겠느냐" 고 몰아붙였다.
그의 말에따라 자민련은 한나라당에 동조, 검찰총장을 법사위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JP는 돌연 태도를 바꿨다. 검찰총장이 반성했을 것이므로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결국 자민련 소속 의원 전원은 민주당과 함께 표결에 불참했다.그 바람에 한나라당은 '닭쫓던 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자민련 이반'은 이슈에서 사라지고 엉뚱하게 투표함 뚜껑을 열지않은 책임을 놓고 국회의장, 민주당, 한나라당간에 실랑이가 한창이다.
■근자에 이르러 JP의 말 바꾸기가 부쩍 잦아졌다.
대선에서의 거취문제를 놓고 오락가락 하는 것도 그 중의 하나. 얼마 전까지 그는 킹 메이커를 자임하면서 "서산을 벌겋게 물들이겠노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지금 공공연히 대선출마의 뜻을 밝히고 있다. 내각제 개헌을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당선된다 해도 2004년 4월 총선까지만 대통령직에 앉아 있고 그 다음엔 내각제 총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물러난다는 것이다. JP의 말을 진짜로 믿으라는 것인지.
■JP의 말 바꾸기 사례를 학문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오늘의 정치풍토를 설명하는 근사한 논문이 될 수도 있겠다.
누군가 한번 연구해 봤으면 좋겠다. 우리도 이제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에 책임이 따르는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언필칭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에서 말 바꾸기가 잦아도 정치지도자로서 손색 없는 나라는 아직은 우리나라 뿐이다.
정치인의 말은 때론 예술로 미화된다. 사람들의 머리를 아주 예술적으로 헷갈리게 하는 예술로서 말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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