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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유 캔 카운트 온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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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유 캔 카운트 온 미

입력
2001.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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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의지해도 돼.”삶이 버겁지 않더라도 이런 말을 해줄 누군가가 곁에 있다면 행복하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남매를 통해 가족의 상실과 믿음의 회복을 그려낸 ‘유 캔 카운트 온 미’(YouCan Count On Me)는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여운이 만만치 않다.

여덟 살 된 아들 루디(로리 컬킨)을 키우며 홀로 살아가는 새미(로라 리니)는 어릴 때부터 살아온 평온한 소도시 스코츠빌을 떠난 적이 없다.

어느날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남동생 테리(마크러팔로)가 찾아온다.

방랑자처럼 생활해온 테리의 등장과 함께 새미의 안정적이고 정돈된 일상에 파격이 일어난다.

직장에서는 새로 온 유부남 은행지점장 브라이언(매튜 브로데릭)과 사사건건 부딪혀 싸우더니 곧 그와 사랑에 빠져버린다.

집에서는 테리가 고장난 수도관을 고친다고 집안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는 늦은 밤 루디를 데리고 내기당구를 치러 간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후 의지할곳 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왔을 두 남매의 관계는 이렇게 삐걱거린다.

누구보다도 반듯하고 정돈된 삶을 살아가는 새미로서는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방랑하는 테리의 삶을 인정하기 어렵다.

정적이면서 가톨릭교회의 영향력이 큰 스코츠빌에서 새미의 일상은 어울려보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새미는 이런 소도시에서는 수용하기 힘든 미혼모다.

그러나 결핍 때문에 오히려 서로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강한 이들 가족은 금방 상대의 방식을 인정해준다.

못을 박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테리에게 “내 방식과는 달라”라고 말하던 루디는 테리의 방법대로 망치질을 한다.

그러나 테리가 조카 루디에게 친아버지의 존재를 알려주면서 새미와의 사이는 급격히 나빠진다. “난 괜찮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시피 하며 어른스런 모습을 보이던 루디가 자신을 부정하는친아버지의 태도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

결국 테리는 스코츠빌을 떠난다. 버스 정류장에서 남매는 포옹한다. 둘은 “나에게 의지해도 된다”는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이 세상에서 기댈 곳이라곤 서로 밖에 없음을, 떨어져 있게 되지만 가족으로 더욱 강하게 묶이게 됐음을 깨달은 것이다.

‘유 캔 카운트 온 미’는 미국적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영화이면서도 할리우드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브로드웨이 극작가로 이름을 날렸고, ‘애널라이즈 디스’등 몇몇 할리우드영화의 시나리오작업에 참여했던 케네스 로너갠의 감독 데뷔작.

로너갠은 이 작품으로 독립영화의 산실인 2000년 선댄스영화제 대상과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다.

브라이언과의 불륜으로 고민하는 새미에게 “왜 그런 상황에 빠졌냐”며 능청맞게 굴던 론 신부가 바로 감독 로너갠이다.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짐 캐리)의 아내로 출연했던 로라 리니와 마크 러팔로가 서로 엇나가는 남매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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