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주요 정파간 과도정부 구성 합의에도 불구하고 군벌들의 세력 다툼과 약탈 등 각종 범죄가 횡행하면서 다국적 평화유지군 파견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현재 영국 독일 터키 요르단 등 10여개국이 파병 의사를 밝힌 가운데 유엔은 과도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22일 이전 파병을 목표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군의 규모와 활동 범위, 주도국 등을 놓고 주변국과 정파간 이해가 엇갈려 난항이 예상된다.
다국적군 주도국으로는 영국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미 특수부대가 아프간내에서 활동중이어서 알 카에다 섬멸 작전을 수행중인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제프 훈 영국 국방부 장관도 9일 BBC 방송에 출연, “한 국가가 이번 작전을 주도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면서 “유엔이 (주도적 역할을) 요청한다면 매우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훈 장관은 파병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영국 언론들은 48시간 출동 대기중인 제2 낙하산대대를 비롯, 1,000명에서 최대 3,000명 규모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과도정부 요직을 독차지한 북부 동맹은 영국군의 추가 파병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북부 동맹의 후원국인 러시아와 터키 등 이슬람권도 공식 의사표시는 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의 주도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다국적군 규모와 활동 지역도 논란거리다. 북부 동맹은 다국적군의 주둔이 수도 카불의 정부청사 보안 등 제한적 범위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아프간내에서 활동중인 국제 구호 단체들은 카불보다는 군벌간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남ㆍ북부 지역과 주요 연결 도로 주변의 치안 상태가 훨씬 열악한 상황이라며 대규모 평화유지군의 파견을 요청했다.
유엔은 아프간내 반대 여론 등을 감안, 일단 카불에 소규모 병력을 파견한 뒤 필요에 따라 여타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몇 천명 수준의 병력으로는 평화 유지에 필수적인 무기 회수 작업조차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해병대는 10일 1989년 폐쇄됐던 카불의 미 대사관 건물에 진주,경계임무에 들어갔다.또 미국과 프랑스,이탈리아 병력과 군용기들이 아프간 군사작전을 위해 20일 타지키스탄의 쿨얍 공군기지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