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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탈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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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탈레반

입력
200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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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Taliban)은 원래 아프간의 이슬람 교리 학당 학생(talib) 집단을 뜻한다.전쟁으로 피폐한 시골 마을과 파키스탄 난민촌에도 이런 학당, 마드라샤(madrassas)가 산재한다. 이슬람 교리를 지식과 수양의 유일한 원천으로 삼는 점에서 우리의 옛 서당과 비슷하다.

종교 지도자 뮬라(mullah)의 훈도 아래 선지자 모하메드를 숭상하고, 그가 1400년 전 창시한 이슬람 이상 사회로 민중을 이끄는 길을 고민하는 점에서 유교 서원 성격을 함께 지녔다.

탈레반을 유교 선비나 불교 학승 집단에 비할 수도 있다.

■탈레반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는 59년 옛 왕조의 고도 칸다하르 근처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뮬라가 된 인물이다.

물론 처음은 시골의 초라한 서당 훈장 같은 뮬라였다. 80년 대 후반 침략자 소련을 상대한 무자헤딘 항전에 백의 종군, 오른쪽 눈을 잃었다.

소련군 철수로 성전이 끝나자 흙벽돌로 지은 움막같은 시골 학당겸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시골 학당은 최근까지 문을 열었고, 세 부인이 낳은 다섯 자녀도 모두 여기서 가르쳤다.

■시골 훈장 오마르가 다시 총을 잡은 계기는 1994년 칸다하르에서 발호하던 군벌의 횡포에 맞서 봉기한 사건이다.

무자헤딘 군벌 수하들이 이웃 소녀 둘을 납치해 머리를 삭발한 뒤 윤간한다는 탄원을 듣고, 소총 10여 자루로 무장한 학생 30명을 데리고 무자헤딘 캠프를 습격한 것이다.

소녀들을 구한 뒤 무자헤딘 지휘관을 목 매단 이 사건으로 농민들의 구원 호소가 잇달았고, 핍박받는 농민을 돌보는 오마르는 로빈 훗과 같은 존재로 부각됐다고 한다.

■이런 전설은 아프간 사회의 정화와 구원을 표방한 탈레반운동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한 신화일 수 있다.

그러나 나라 안팎에서 수만명이 탈레반 기치아래 모여들어 질풍노도처럼 나라를 휩쓴 바탕을 외세 지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탈레반 지도부는 태반이 오마르와 비슷한 이력의 상이용사 뮬라였다.

그들이 여성과 민중을 억압하고 테러를 지원한 악의 무리로 몰려 역사의 뒤안으로 퇴장하는 것에 동정심을 갖는다면 반문명적 시대착오로 탓할 것인가.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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