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이 서울 용산 기지에 대규모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땅 주인인 우리를 얕보는 발상이다.주둔군지위협정(SOFA)이 규정한 우리 정부와의 협의 의무를 논하기 이전에, 주권 국가의 자존심을 무시한 행태로 여기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미군주둔의 역사적 배경과 우리 안보에 기여하는 현실을 고려하더라도, 이제 와서 새삼 반영구 시설물을 20~30년에 걸쳐 짓겠다는 것을 한국민의 정서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군 아파트 신축은 두 나라 우호 및 안보 협력과는 다른 차원에서 봐야 할 사안이다.
미군이 점유한 우리 땅을 마음대로 사용하던 시대는 오래 전 지났다.
주권 국가에서 분명 예외적인 미군 주둔이 우리뿐 아니라 미국의 안보 이익을 위한 것이기에, 모든 사항을 우리와 협의, 처리해야 한다.
올 1월 개정한 SOFA협정 양해사항이 기지 안 건물 신ㆍ개축을 적시에 통보하고 협의하도록 규정한 것도 그런 뜻에서다.
특히 서울 용산 기지는 10년 전 두 나라 대통령이 반환 원칙에 합의한 곳이다.
그러나 미국은 100억달러가 넘는 이전 비용을 요구하면서 버티고 있어, 주권 국가의 자존심 회복과 체계적 도시 개발을 함께 저해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시설축소는 커녕 수십년 계획으로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기지 이전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이전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오래된 건물은 수리해 쓰는 것이 온당한 처신이다.
이런 상식과 예의를 무시한 채 거창한 아파트 단지를 새로 계획하는 것은 동반자 관계를 과거로 되돌리려는 오만한 발상이다.
공연히 두 나라 우호를 해치고, 한국민의 거부감만 부추길 것임을 알아야 한다.
미군측이 이전 협상을 위해 일부러 무리한 계획을 들고 나왔다면 이 또한 어리석다.
마치 제 땅을 내주듯이 콧대를 세워서는 한국민의 반감과 조기 이전 압력만 높일 것이다. 정부의 단호한 대처와 미군측의 성실한 호혜 협력 자세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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