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저물고 있으나 한때 빈번했던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북한은 대내사정, 남북한 관계, 대외관계에서 점점 어려운 형국으로 내몰리고 있다.
기로에 선 김정일 위원장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북한의 내부사정은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답방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는 개혁ㆍ개방의 진로에 대한 정책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군부의 영향력이 뚜렷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은 김대중 정부와의 대화에서 이제 별다른 실익을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한국의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남북한 양측 보수 강경파의 목소리는 서로 증오하게 해 상호 입장을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대외 관계에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지 W 부시 정부 등장이후 북미 관계개선에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미국의 반 테러 캠페인에 북한은 별다른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박한 오사마 빈 라덴의 최후는 이른바 '테러 지원국들' 에게 확실한 교훈을 주고 있다.
테러 지원국들은 미국의 반 테러 소탕에 협력할 것인지, 보복을 당하고 최후를 맞이할 것인지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
테러지원국으로 지목 받고 있는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 위원장의 입장은 점점 곤혹스러워 지고 있다.
9ㆍ11 테러 참사 이후 반미 전선에 서 있던 국가들도 속속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고 나섰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이나, 하마스와 지하드 등을 지원하는 시리아는 반 이스라엘 테러단체를 지지하는 입장이었으나 미국의 반 테러 전쟁에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시리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 이사국 진출이나 수단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 해제에 반대하지 않았다.
이란은 아프가니스탄 문제 해결에 협조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미국의 반 테러 전쟁에 대해 아직도 신중한 유보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다.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 실마리가 풀린다 하더라도 생화학 무기, 그 이후에는 인권 문제 등 미국의 '강경정책'이 더욱 거세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미국의 점진적인 압력에 대해 북한은 두려워하면서도 '매우 위험한 책동'으로 여기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은 다음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사찰을 요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인 김 위원장은 국가존망이 걸린 이 문제에 대한 정책결정을 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관계가 더욱 경색되는 것은 대미관계 개선의 길과도 멀어지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조속히 미국과의 대화에 응해야 한다. 대화로써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닥쳐올 불행을 예방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대화를 재개한다고 해서 재래식 무기감축과 후방배치를 요구하는 미국과의 현저한 입장차이를 좁히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나아질 상황이 아니라면 대화 단절로 인한 불필요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한 시도가 필요하다.
김 위원장의현명한 선택은 빠를수록 바람직하다.
/안인해 교수 고려대 국제대학원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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