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인권수준은 국가보안법 등 제도적으로 인권을 억압하는 전체주의가 온존하고 반인권적 사건이 발생하는 등 선전국에 비해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대한변협(회장 정재헌ㆍ鄭在憲)은 9일 개인의 자유, 노동, 교육, 여성, 환경 등 각 부문의 지난 한 해간 인권 실태를 점검한 ‘2000년 인권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먼저 지난해 6월 롯데호텔 농성노동자 강제진압 사건을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꼽고, “경찰이 노동자를 엎드려 놓고서 곤봉으로 때리는 장면은 1980년대 군사정권의 망령을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며 “국가기구의 반인권적 성향이 여전히 청산되지 못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또 ▦네팔 출신 여성노동자가 정신병자로 몰려 6년간 정신병원에 감금당한 사건 ▦탤런트 홍석천씨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국회 출석이 거부된 사건 ▦ 반복되는 여성연예인의 성행위비디오 유포사건 등은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반인권적 성향을 대변해준다고 꼽았다.
보고서는 이어 국가보안법 폐지운동, 총선연대의 낙천ㆍ낙선운동, 호주제 폐지운동의 전개는 “우리 사회에 청산해야 할 전체주의가 제도적으로 온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발족, 민주화운동보상법 제정, 국가인권위원회 발족 등은 가장 특기할 만한 과거청산 및 개혁작업”이라며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비롯, 노근리 사건 등 금기시됐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한국군의 ‘베트남전 학살의혹’ 진상규명, 매향리 미군 폭격장 문제가 이슈로 부각된 것은 뚜렷한 진전”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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