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2시30분 부로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것은 국회에서의 '개표 불발' 때문이다.본회의 퇴장, 지연작전, 의장석 점거 등 기기묘묘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하늘아래 둘도 없다는 우리 국회다.
여기에 '개표 중단'이라는 또 하나의 진기록이 추가됐다.
한나라당 의원 전원(136명)과 무소속 의원 2명이 투표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퇴장하자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여당측 감표위원이 없어 개표 감독을 못한다는 이유로 투표함을 창고로 보내 버렸다.
개표 중단은 결과적으로 여야의 이해가 접점을 찾은 정치 쇼로 비칠 수 있다.
재적의원 과반수인 138명이 투표했지만 무소속 의원들이 탄핵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탄핵안이 부결돼 교원정년 연장안 후퇴에 연이어 체면이 깎일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였다. 한나라당은 "여당 없이 개표했다가 문제를 제기하면 어쩌느냐"며 은근히 개표중단을 유도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부결이 가져올 정국경색과 만에 하나 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만섭 의장은 골치 아픈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고육책을 택했지만 감표위원만 내지 않으면 얼마든지 표결을 방해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한나라당은 부결이 공표되는 부담을 벗자마자 개표 중단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민주당 지도부 사퇴를 주장하며 “국회정상화와 예산협의가 말이나 되느냐”고 흥분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패배를 무승부로 둔갑시킨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의 전술”이라고 논평했으나 뒷맛이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탄핵안이 제출됐으면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결과는 나오지 않고 책임공방만 하는 국회의 모습은 또 하나의 짜증거리를 주고 있다.
/김희원 정치부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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