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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가는길 / 이슈&포커스 - 한국이 월드컵 문화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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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가는길 / 이슈&포커스 - 한국이 월드컵 문화 바꿨다

입력
2001.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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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일 저녁 부산 전시컨벤션센터.2002 한일월드컵 본선 조 추첨 행사장무대에 선 조셉 S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1분30초 정도로 예정됐던 연설시간을 무려 7분이상으로 늘려 진행에 ‘차질’을 빚게했다.

그러나 행사를 준비한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표정은 여유 만만했다. 블래터 회장이 난생 처음 접해보는 행사방식에 감격해서 그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블래터 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에도 줄곧 엄지 손가락을 세우고 다녔다.

그것은 곧 ‘한국이 월드컵 문화를바꾸었다’는 의미를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본선 조 추첨행사는 월드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조 추첨 행사는 순수하게 ‘제비뽑기’ 중심으로 이뤄져 왔을 뿐 개최국 문화가 소개된 적이 없었다.

94미국월드컵 조 추첨 행사때는 가수 제임스 브라운 등의 공연이, 98프랑스월드컵 때는 리키 마틴의 폐막 공연이 문화행사의 전부였다.일본에서 열린 2002월드컵 예선 조추첨 행사때도 일본 문화공연이 일체 배제됐다.

그러나 한국은 전통에서 현대까지를 아우르는 한국문화를 85분 행사 곳곳에 배치시켜조 추첨식을 하나의 ‘쇼’로 탈바꿈시켰다.

34분동안 대중가수 유승준, 판소리 조상현, 소프라노 홍혜경, 김백봉의 장구춤 등이 전파를 타고 전세계 10억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4면 영상의 격자무늬 창살, 돌담, 안내 도우미의 한복까지, 곳곳에 배어 있는 한국의 색깔은 ‘조 추첨 쇼’의 맛깔진 양념이었다. 일본조직위와 기자들은 이 행사를 무척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했다.

FIFA의 관례를 깨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축구이상의 이벤트는 없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FIFA가 한국조직위의 문화행사를 좋지 않게 바라본 건 어쩌면 당연했다.

한국조직위는 “FIFA가 개최국에 지원하는 1억달러의 2배가 넘는 국민의 혈세가 월드컵에 투입됐다”는논리로 설득에 나섰다.

결국 FIFA의 이벤트 매니저인 다니엘 루프는 조 추첨을 진행하는 젠 루피넨 FIFA 사무총장과조 추첨자와의 대화시간을 없애는 대신 한국문화를 세계에 소개할 시간을 주겠다며 동의했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미덥지않은 표정이었던 FIFA 관계자들의 평가는 조 추첨이끝난 뒤 대만족으로 바뀌었다.

“차기 개최국이 곤혹스럽게 됐다”는 말이 나오면서 문화행사는 앞으로 FIFA행사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월드컵 개막식 전야제는 물론 개막식 식전행사에 문화행사의 중요성이 상당히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이전 월드컵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본선 조 추첨 행사의 총책임자 이태행문화행사추진본부장은 “한국 문화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결승전을 일본에 양보하고본선 조 추첨을 우리가 가져온 것은 백번 잘한 일”이라 평가했다.

한국조직위원회는 방송중계가 되지 않은 부분까지를 모두 담아 ‘조추첨행사 CD’를 제작해 차기 개최국 독일을 비롯, 일본 프랑스 등에보내 ‘교과서’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앞으로A매치때 양국 국가를 녹음 테이프로 연주하지 말고 직접 가수가 불러 문화행사 기분을 내보자’는 정몽준 조직위 공동위원장의 말은 이번 조 추첨 행사가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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