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의 스타 김지영(23)이 떠난다는 소식에 팬들은 서운함을 금치 못한다.그는 1997년부터 몸담았던 이 발레단을 연말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끝으로 그만두고 해외 무대로 나간다.
떠나는 이유는 딱 하나, 발레리나로서 좀 더 성장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다.
자신보다 더 훌륭한 무용수들이 있는 곳, 더 좋은 무대에서 춤추고 싶어서다. 국내 최고 스타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외국에 나가 보면 후회할 지도 모르지요. 고생은 각오하고 있어요. 어디로 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어요. 주로 클래식 발레를 해왔기 때문에 클래식을 하면서 모던 발레도 하는 곳, 유명 안무가들과 작업할 수 있는 데면 좋겠어요. 꼭 크고 유명한 단체가 아니라도 제게 맞는 곳이면 됩니다.”
김지영은 러시아 명문 바가노바 발레학교 출신. 예원학교에 다니다 유학을 떠났다.
졸업하자마자 18세의 나이로 국립발레단 사상 최연소 단원이 됐다. 그 해 바로 ‘노틀담의 꼽추’ 주역으로 데뷔해 줄곧 주역의 자리를 지키면서 사랑을 받아왔다.
98년 파리 국제발레콩쿠르 2인무 1등, 미국 잭슨 발레콩쿠르동상을 차지해 한국 발레의 자랑이 됐다.
국립발레단은 그에게 친정 같은 곳이다. “국립발레단이 없었다면 오늘의 김지영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워한다.
외국에 나가도 국립발레단이 부르면 언제든 날아올 생각이다.
“오래 전에 마음 먹은 것이지만 막상 결정하고 나니 잠이 안 올 만큼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호두까기 인형’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예요.”
외국 발레단의 정기 오디션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있다. 여기저기 찾아가 직접클래스(기본동작으로 몸을 푸는 발레 수업)를 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단체에 지원할 계획이다.
그의 발레 인생에는 두 번의 전환점이 있었다. 러시아 유학, 그리고 국립발레단 입단이다.
둘 다 스스로 한 결정이었다. 특히 “국립발레단 입단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남들은 대학 갈 나이에 그는 무대를 택했다. 이제 외국 진출이라는 세 번째 전환점에 서 있다. 팬들은 그가 더 크게 활짝날개를 펴게 되길 기대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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