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최후 거점인 아프가니스탄 남부 도시 칸다하르에서는 7일 오전부터 탈레반 병사들이 속속 투항하고 반 탈레반 병사들이 진주하는 등 하루 밤새 상황이 완전히 변했다. 미국도 이날 연일 퍼붓던 공습을 중단했으며 탈레반 병사들은 지휘관들의 지시에 따라 하나 둘 씩 무기를 넘기기 시작했다. 사면령을 받은 탈레반 하급 장교들과 사병들은 홀가분한 몸으로 바로 고향으로 떠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하지만 탈레반의 지배력이 급작스레 무너지자 헤라트나 카불처럼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도 벌어졌다. 전날 밤 협상 내용이 알려지자 탈레반 병사들과 외국 용병들 및 민병대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우왕좌왕했으며 무장한 일부 강도들이 상점을 약탈했고 간간히 총성도 들렸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칸다하르의 지배권은 이슬람 성직자들과 지역 종장들,또 파슈툰족인 옛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사령관 출신의 나키불라를 포함 몇몇 지역 사령관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넘겨받는 모양새를 갖췄다. 무기 접수는 물론 칸다하르 장악은 사실상 나키불라와 그 휘하 병력이 도맡았다. 이들은 이날 급파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과도 정부 사령관들과 지역 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작업을 진행했다. 칸다하르를 넘겨주고 사실상 아프간 지배권을 완전 상실한 탈레반 최고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와 고위 간부들은 투항 합의 직전 칸다하르를 떠나 모처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카르자이 정부의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알 카에다의 외국 용병들도 대부분 칸다하르를 빠져나가 북부 자불주와 헤르만드주의 산악 지대에 숨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수기자
■칸다하르 어떤 곳
탈레반의 정신적 고향인 칸다하르는 이슬람 예언자 모하메드의 성의(聖衣)를 기린사원이 있고 물산이 풍부한 남부 아프가니스탄 최대 도시. 18세기 아프간을 건국한 아흐메드 샤 파슈툰 왕조의 수도였으며 아프간 내 최대 양귀비산지인데다 과일 주산지여서 1970년대까지 외국인들이 빈번히 드나들었다. 수도 카불보다 훨씬 많은 유적과 사원은 이 도시의 옛 영화를 상징하고있다.
하지만 1979년 옛 소련 침공과 이후 내전에서 군벌간 세력다툼의 중심지가 돼도시는 황폐해지기 시작했다. 1994년 탈레반 지도부가 자리 잡은 이후는 사실상 발전을 멈췄으며 특히 이번 아프간전에서 탈레반이 최후 보루로 삼으면서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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