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라는 이름은 아마 2000년대 초반을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또 한국 축구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그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팀을 유린, 차범근 감독을 월드컵현장에서 물러나게 했던 네덜란드팀의 감독이었다.
그게 인연일까, 그는 2002년 월드컵 주최국의 하나인 한국팀의 사령탑이 되었다.
월드컵은 수많은 명감독들의 무덤이자, 새로운 왕별의 요람이다. 그는 앞으로 6개월동안 대통령후보 보다 더 언론의 조명을 받을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할 일은 두 가지가 있다.
그 첫번째가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이룩하여 우리 국민을 열광하게 만드는 일이다.
친선경기나 평가전에서 지더라도 본선경기에서 이긴다면 된다. 그가 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하는 말을 보면 서두르거나 쫓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표팀에 바라는 급한 마음을 아는척 모르는척 그는 그의 걸음을 다지며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가 두 번째 할 일도 우리 팀을 16강에 올려놓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목적이 다르다. 그가 성공하면 우리 사회의 인물기용의 졸속성과 조급성에 경종을 울릴 것이다.
히딩크가 한국인 감독이었다면 지금도 감독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싶다. 아마 몇 번 진 경기를 갖고 지도자 교체론으로 물러나고 말았을지 모른다.
그가 관록있는 네덜란드 감독 출신이었기에 우리 국민의 조급증이 그나마 인내심을 발휘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사실 제대로 된 감독을 뽑아놓고 충분히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은 스포츠분야 보다는 우리 정부에 필요한 일이다.
장관을 1년이 멀다 하고 갈아치워 2년을 넘기면 장수장관으로 신문기사감이 되는 나라에서 국정의 기본 틀이 잡힐 리가 없다.
이래서는 우리가 선진국 예선을 통과하기 힘들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성공하여 그가 영웅이 되면, 다음 대통령 후보들에게 천하의 인재를 뽑아 믿고 쓰는 방법을 일깨워 주는 일이 될 것이다.
/김수종논설위원 s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