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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역사의 이슬로…" 최후의 날 다가오는 '태조 왕건'두 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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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역사의 이슬로…" 최후의 날 다가오는 '태조 왕건'두 책사

입력
2001.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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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자는 자신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겨 역사라 하지만, 진자는 그나마도 다 사라지고 변명의 여지조차 없소이다. 도적이나 화적떼의 무리로 분류돼 오명으로 남게 되지요. 그것이 두렵소이다. 도적의 이름으로 남는 것이 말이요.”(최승우)“선생과 소생은 이미 공명심을 떠났습니다. 어느 초야에서 어떻게 묻힌들 어떠하겠습니까.”(최응)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으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아니 드러낼 수 없는 인물. 그 운명적 존재가 바로 ‘책사’이다.

KBS1 대하드라마 ‘태조왕건’의 최응(정태우)과 후백제 견훤의 최승우(전무송)의 재회는 책사의 숙명을 한눈에 보여준다.

주군에 따라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지만, 결국 주군의 운명을 가르는 사람이 그들이다.

자신의 운명을 예견하고,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능력을 지녔기에 책사의 삶은 비장하다. 일생일대의 목표로 삼았던 삼국통일의 위업을 보지 못하고 최후를 맞는 운명은 똑같지만, 역사에 최응은 승자로, 최승우는 패자로 남았다.

이제 드라마에서도 다음 역사를 위해 사라질 그 둘을 만났다.

■최응役 정태우

15일 방송에서 최후를 맞는 최응. 그의 삶은 마지막까지도 주군 왕건을 위한 것이다.

왕건에게 자기가 죽은 후에 해야 할 일을 조목조목 적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시라’는 기원을담은 편지이자 유언을 남긴다.

최응은 글을 쓰던 자세 그대로 붓을 떨군 채 눈을 뜨고 세상을 뜬다.

3일 ‘태조 왕건’의 녹화를 마친 정태우(20)은 “시원섭섭하다”고 했다. 지난 1년 동안 백성의 평안을 위해서 혹은 대의를 위해서, 인간 최응이 아니라 천재 소년책사 최응으로만 비쳐져야 했던 게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기계’처럼 보이려고 했다. 인간적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삼국통일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주군을 위해 냉철한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최승우에 대해서는 “너무 인간적이어서, 뛰어난 예지를 지니고도 패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평가한다. 최응과 최승우가 처음 만난 조물성 전투에서도 둘의 차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괴질에 걸려 목숨이 위태한 최응에 대한 안타까움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던 최승우와 달리 최응은 냉정했다.

정태우는 최응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최응이 없었다면 왕건도 역사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최승우役 전무송

“황제는 국가를 거느리나, 책사는 국가를 운영한다”고 책사의 임무를 말한다.

‘임꺽정’(SBS)에서 임꺽정의 책사 서림 역할을 한 적이 있는 전무송(60)은 모사와 책사를 엄격하게 구분했다.

“최승우는 정도를 걷는 책사이다.”

자신에게 때가 오지 않음을 예견한채 견훤의 밑으로 들어가고, 결국에는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는 최승우의 운명은 삼국지의 제갈량을 닮았다고 했다.

최승우도 후백제의 백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는 점에서는 최응과 다를 바 없이 책사의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

다만 대업을 이루지 못할 견훤의 사람이 되도록 운명지워졌기때문에 역사의 패자로 남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무송은 “인간적 포용력을 느낄 수있는 최승우가 최응 보다 한 수 위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우의 사람됨과는 상관없이 패자가 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신검의 쿠데타에 가장 먼저 희생될 인물이 최승우다. 그러나 최승우의 최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역사는 패자의 최후를 기록하는 데 언제나 인색한가.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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