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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이번 싸움에선 누가 이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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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이번 싸움에선 누가 이기나

입력
2001.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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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거야(巨野)실험'에 잇달아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교원정년을 1년 연장하려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여론에 밀려 보류된 데 이어 검찰총장 탄핵소추안도 자민련의 반대로 국회통과가 불투명해 졌다.

국회의석 과반수에서 1석 부족한 137석을 확보한 후 그 힘으로 정국을 밀고 나가려던 한나라당은 '1석 부족'의 한계로 곤경에 빠지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가 깨지고 한나라당 의석이 늘어나자 한나라당이 정국주도권을 쥐는 것은 식은 죽 먹기로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뼈저린 경험을 하고 있다.

교원정년을 연장하겠다는 판단 미스는 힘이 커진 만큼 책임도 커졌다는 것을 인식못한 데서 왔다.

과거에 당론으로 '63세 정년안'을 갖고 있을 때는 큰 시비가 없었지만, 그 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자 반대여론이 거세졌던 것이다.

과거의 당론들을 거야의 책임에 걸맞게 조정하지 않으면 그런 일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검찰총장 탄핵안 제출 역시 불어난 체중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데서 일어났다.

야당이 검찰총장 탄핵안을 낸 것은 이번이 8번째고, 그 중 6번은 한나라당이 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정부 출범이후 김도언 김태정 박순용 신승남 검찰총장에 대해 각기 1~2회씩 탄핵안을 제출했다. 그 탄핵안들은 모두 부결되거나 폐기됐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정당사상 최대의 야당이 된 한나라당이 부결되거나 폐기될 탄핵안을 단지 정치공세로 발의해서야 되겠는가.

한나라당은 신승남 총장이 국회출석을 끝내 거부하자 자민련의 기류를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채 덜컥 탄핵안을 제출했다.

몹시 화가 났거나, 자만했거나, 교원정년 연장안 보류로 초초해졌을 수도 있다. 만일 이번 탄핵안이 가결되지 못하면 한나라당은 상처를 입게 된다.

거야가 헛발질만 했다는 망신은 물론 정치공세로 정국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탄핵안이 가결되지 못하면 이 시끄러운 싸움에서 누가 이긴 걸까.

검찰총장 탄핵을 주장하다가 등을 돌린 자민련은 자신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과시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그 이상의 소득은 없다. 민주당 역시뒤에서 열심히 소리를 질러댔지만 승자로도 패자로도 분류될 수 없는 처지다.

검찰은 승자일까, 패자일까.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으면 신총장이나 검찰이나 최악의 사태만은 면하게 된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고,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검찰은 야당의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 했으나 대응하는 과정에서 더 점수를 잃었다.

국회에 출석할 수 없다, 절대로 사퇴 안 한다는 주장을 '의연하고 당당하게' 펴겠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그 동안 뭘 잘했다고 그렇게 당당하냐"는 반발을 불렀다.

검찰은 국회에 제출한 불 출석 답변서에서 "검찰의 중립성 훼손우려가 있고 절대다수 검사들이 반대해 국회에 출석하지 못하는 총장의 고충을 이해해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있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난이 빗발치는 마당에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여 총장이 국회에 출석 못하겠다니 국민이 그 말을 어떻게 듣겠는가.

법이 규정한 국회출석에서 '절대다수 검사의 반대'가 무슨 핑계가 된단 말인가.

현실을 보는 검찰의 인식과 국민의 인식사이에 너무나 큰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검찰의 눈엔 야당의 정치공세만 보이고, 국회는 안 보이는가.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줄 모르는가.

한나라당은 자신의 불어난 체중과 힘을 잘 파악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

비판도 좋고 탄핵도 좋지만 오랜 정쟁과 불경기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며 앞으로 가는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

한나라당 지지계층이 원하는 것은 '싸움'이 아니란 걸 그렇게도 모르는가.

탄핵안이 어떻게 처리되든 그것은 승자 없는 싸움이다. 국민은 그런 싸움에 지쳤다. 지쳤다는 말을 하기에도 정말 지쳤다.

발행인

ms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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