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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런 일] 12·12 취재원의 엇갈린 기억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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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런 일] 12·12 취재원의 엇갈린 기억과 진실

입력
2001.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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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로 우리 현대사의 물길을 바꿔버린 '12ㆍ12사건' 22주년을 맞는다.노태우 정부에서 문민정부로 넘어가던 시기에 12ㆍ12사건을 취재해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기자에게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감회가 남다르다.

그 시절만 해도 군사정권의 그림자가 짙은 때여서 취재원과 자료접근이 쉽지 않았다.

일부 사실이 정권의 탄생신화로 꾸며져 선전되기도 했지만 사건의 실체는 알리고 싶지 않은 출생의 비밀처럼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래서 취재에 애를 많이 먹었는데 의외의 자료 횡재나 취재일화가 적지 않았다.

허삼수 대령과 함께 정승화 총장을 연행하러 갔던 우경윤 대령이 총상을 입고 쓰러진 경위를 취재할 때였다.

현장에 있었던 보안사 수사관 중 한 사람이 지방도시 보안사 지부장으로 근무 중이어서 전화로 면담약속을 하고 내려갔다.

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보안사 지부로 가자고 했더니 택시기사는 군소리 없이 철문과 철제 바리케이드가 있는 어느 건물앞에 내려줬다.

정문 안내실에서 신분을 밝히고 "지부장님을 만나러 왔다. 약속이 돼 있다"고 하자 부속실 위치를 알려줬다.

안내를 받아 응접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타난 사람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기자도 깜짝 놀랐고 그 인사도 황당해 했다. 알고 보니 택시기사가 내려 준 곳은 안기부 지부였다. 건물 분위기가 비슷해서 택시기사가 안기부 지부를 보안사 지부로 잘못알았던 것이다. 안기부 지부장은 당황해 하는 기자를 진정시키고 차를 한 잔 마시게 한 뒤 관용차로 보안사 지부에 갈 수 있도록 조치해 줬다.

정보기관하면 두렵고 안 좋은 이미지가 앞서던 시절인데 그 지부장의 친절은 지금까지도 따스하게 느껴진다.

그런 곡절 끝에 만난 보안사 지부장은 당시 정황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한남동 육참총장 공관 부속실에서 총장수행부관과 경호장교가 외부로 연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권총으로 다리 등을 쏴 제압하고 뛰어 나오니 부속실 문 앞에 우경윤 대령이 쓰러져 있었으며 응접실로 달려가 허삼수 대령과 함께 정 총장을 차에 태워 연행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말대로라면 당시 총장공관 내부에 무장한 정 총장 측 인사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 대령은 연행팀끼리 오인 사격이나 실수로 총격을 당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정승화씨는 우 대령과 허 대령이 자신을 차에 태웠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기억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당시 상황을 종합해 보면 우 대령이 밖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이를 중지시키러 가는 과정에서 피격 당했을 가능성이 큰데 정승화씨는 전혀 다르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씨가 일부러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고 보면 정씨의 기억에 착오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취재과정에서 거짓말의 판별이 중요한데 취재원의 기억이 잘못돼 있다면 진실을 가리기가 어려워진다.

사람의 기억이 늘 진실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경험이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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