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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美국무 키신저를 전범으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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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美국무 키신저를 전범으로 고발"

입력
2001.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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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재판'·크리스토퍼 허친스 지음ㆍ안철흥 옮김, 아침이슬 발행‘귀신자(鬼神子)’로까지 불렸던 ‘20세기 최고의 외교 전략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최근 기밀 해제된 1975년 12월의 미 국무부 회의록은 그의 말을 이렇게 전한다.

“여러분은 국익을 지킬 의무가 있습니다…. 외교관은 미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지, 외교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군사정권과 미국의 유착관계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던 국무부 직원들을 훈계하던 참이었다.

‘키신저 재판’은 20세기 후반 국제정치를 좌지우지했던 ‘미국의 책사’ 키신저의 알려지지 않았던 모습을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그 모습은 21세기에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계속되고 있는 미국 외교정책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 크리스토퍼 허친스는 뉴욕 뉴스쿨 교수로 재직중인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 그는 키신저를 한마디로 전쟁범죄자라고 규정한다.

1968년 12월 닉슨에 의해 국가안보 보좌관에 임명된 후 국가안보협의회장, 국무장관을 역임하고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키신저가 베트남, 방글라데시, 칠레, 키프로스, 동티모르 등의 전쟁과 분쟁에 개입한 행위를 하나하나 고발하고 있다.

1970년 칠레에서 좌익 후보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키신저는 쿠데타 음모를 지원한다.

그런데 칠레 군부 슈나이더 장군은 정치 개입을 거부했다. 키신저는 미국 대사도 모르게 군부내 극우파를 매수, 슈나이더는 암살된다.

키신저는 이후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피노체트와 밀월 관계를 지속했다.

1975년 12월 인도네시아 군이 동티모르를 침공, 이후 8만 명 가까운 인명이 희생됐다. 침공 하루 전날 키신저는 자카르타에서 수하르토를 만나고 있었다.

키신저에게 동티모르는 아옌데처럼 무너뜨려야 하는 적색 정권이었다.

허친스의 고발은 철저한 자료에 바탕하고 있다. 키신저의 해외 비밀 공작을 담은 기밀 문서가 보호기간 30년을 넘기면서 하나씩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자료의 분석으로 키신저를 고발하면서 동시에 ‘착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본질’을 보여주려 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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