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이미 예고했던 대로 올해 수능시험부터 총점기준 누가성적분포표(전국 석차)를 공개하지 않기로 재차 확인하자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교육부는 "총점 분포표는 획일적인 대학의 서열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며 비공개를 고수하는 반면, 학부모들은 "총점을 활용하는 대학이 대부분이고, 수능 점수가 폭락한 상황에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찬성-엄상현(교육인적자원부 학술학사지원과장)
3년 전 교육인적자원부는 2002학년도 대학입학제도를 발표하면서 학생의 수험부담을 완화하고 적성과 소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대학이 다양한 전형방법을 활용하고 수능이나 학교생활기록부의 활용에 있어서도 전과목 성적보다는 일부 영역을 반영하도록 요청했다.
이와 동시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총점을 9등급으로 하고, 그 대신 상세한 영역별 점수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능 총점을 사용하지않는 대학이 매년 증가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총점을 선발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상당수 있는 상태에서 총점에 의한 누가분포표가 제공되지 않는 것은 진로지도 교사와 학생들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분들이 수능 총점 순으로 대학이 획일적으로 서열화해 왔던 관행을 염려하고 비판해 왔다.
또 특정 대학의 모집단위에 지원 가능한 수능 점수가 적정한 폭으로 분포되고 학생의 소질과 적성, 잠재력 등이 그 간격을 메우기를 희망했다.
이러한 희망 속에서 이번 대입정책이 나왔다.
만일 수능 총점을 전형기준으로 계속 활용할 경우 학생들 개개인이 지닌 특기와 적성을 집중 계발할 수 있는 여지를 갖지 못할 것이다.
또 전과목 학습에 의한 학생수험부담의 과중, 수능 총점에 의한 대학의 서열화 등 우리가 비판해 왔던 교육적ㆍ사회적 문제점을 개선할 계기도 얻지 못한다.
최근 대학별로 교육이념과 특성에 따라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학생부의 교과 기록, 비교과 기록, 수능성적, 수능등급, 면접고사, 논술, 심층면접, 실기고사등 다양한 전형자료를 활용한 전형방식의 특성화와 다양화가 이제 서서히 움트기 시작했다.
아직 다수의 대학이 5개 영역 전체 성적을 반영하고 있지만 대학에 따라서는 1개 영역 또는 2∼4개 영역의 성적을 반영하거나 영역별 성적을 가중 반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5개 영역의 총점을 변함없이 제공하는 것은 연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영역별 점수 활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대학입시는 학벌주의가 드센 우리사회에서 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왔다.
불행하게도 이런 관심은 교육발전을 위한 노력이 효과적인 결과를 낳는데 긍정적으로 기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부는 총점제 폐지가 새로운 시대에 요구되는 창의성 있는 인력양성을 위한 고된 노력의 하나로 이해하고 있다.
새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수험생과 학부모의 협조를 기대한다.
▶반대-김정명신(서초강남 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
1998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진 2002년 대입 정책이 수능시험 성적 총점공개 절대 불허 등 사소한 문제로 인해 수험생, 교사,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나친 성적위주의 선발을 지양하기 위해 수능 총점과 누적인원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교육부의 입장은 일면 옳다.
그러나 전체 대학의 절반이 넘는 100여개 대학이 수능 성적 총점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부는 정부가 시행한 수능시험에 대한 결과를 제대로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교육부가 수능 총점을 공개하면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한줄’을 세우던 과거로 회귀한다고 지레 짐작하는 것은 각 대학과 대다수 국민의 성숙한 의식을 무시하는 것이다.
총점주의에 따른 대학의 서열화 폐해에 대해 수험생과 교사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미 43개 대학은 영역별 점수로 ‘여러 줄’ 세우기를 도입했다. 성적을 기준으로 한 줄로 세우던과거의 관행이 차츰 나아지는 상황이다.
수험생들이 수능 총점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교육부의 취지를 이해 못해서도 아니다.
수능시험 결과에 대해 대 국민서비스를 하라는 것이다. 이런 간단한 요구에 대해 교육부가 마치 그 요구가 교육본질을 훼손시키는 양 총점주의의 폐해 등을 운운할 필요가 없다.
수험생들은 사설학원 자료를 못 믿겠으니 입시를 제대로 치를 수 있도록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제껏 수능점수로만 줄을 세우다가 2002년 대입에서 ‘줄’ 이라는 말만 나오면 기겁을 하는 교육부는 수험생의 아픔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사설학원의 장판지(배치표)가 도하의 신문에서, 고3 진학상담현장에서 판을 치고 있다.
수험생들과 고3 교사들이 사설학원 배치표를 참고하여 진학할 대학을 결정하고 있는데 그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재수생이 양산된다면 그 부담은 누가지는가?
제도나 정책의 피해자가 소수가 아니라 대다수라면 그 제도와 정책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대학입시에서 입시정보의 질과 양,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당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수도권 학생들이 수시모집에서 강세인 것은 정확한 대입정보가 당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경향은 앞으로 점점 더 심화할 것이다.
교육부가 정확한 기초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교육부의 뜻은 알겠으나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험생의 아픔을 제대로 읽어내 국민과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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