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대치할 임시 정부가 모습을 드러냈다.유엔과 대 테러 국제 연대가 후원하는 북부 동맹과 망명 세력 대표들은 아프간의 새 질서를 이끌 임시 정부 구성에 합의했다.
이 정부는 6개월 뒤 전통적 부족대표자회의가 정식 과도 정부를 구성할 때까지 전쟁 상태의 아프간을 통치한다.
임시 정부 구성을 보는 국제 사회의 시각은 엇갈린다.
아프간의 운명을 주무른 외세는 임시 정부 구성을 새 정치 질서의 초석으로 평가한다.
임시 정부에 참여한 4개 정파도 내전 종식과 국민 화해, 평화와 인권 보장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외세 주도로 급조된 정부가 20년 내전과 외세 침탈로 피폐한 나라의 평화와 재건을 이끌지 회의하는 시각도 많다.
탈레반 정권이 괴멸 직전이고 당장 온전한 독립 주권국가로 행세하기 어려운 아프간의 현실에서, 외세와 협조해 국가 재건을 맡을 정부 조직은 시급하다.
장밋빛 기대는 허황되지만 내전과 폭정, 전쟁의 거듭된 재앙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평온하고 인간다운 삶을 되찾을 계기는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프간이 유엔이나 열강의 신탁 통치국과 같은 상태에서나마 평화와 안정을 향해 나아갈 길은 여전히 험준하다.
임시 정부 자체가 미국과 국제 사회가 거론해 온 거국 정부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 수반에 다수파 파슈툰족 출신을 영입했지만, 소수민족 중심의 북부 동맹이 주축이다.
북부 동맹은 러시아 영향 아래 있고, 임시 정부 총리 카르자이는 미 영 정보기관이 관리한 망명 정객으로 알려졌다.
임시 정부는 외세간 타협의 산물일 뿐, 여러 민족과 부족으로 갈린 아프간 민중과 수도 카불밖 지방을 실제 장악한 군벌들의 지지와는 무관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탈레반 세력도 본거지 칸다하르에서 쫓겨나더라도 게릴라 항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평화유지군이 투입되더라도 임시 정부가 법질서를 회복하고 정치 일정을 제대로 관리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임시 정부는 수도 카불에만 존재하는 '관광용 정부'에 머물고, 나머지 지역은 탈레반 이전의 군웅할거식 내전 상태로 되돌아 갈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아프간 민중 해방을 전쟁의 부수적 명분으로 내세운 열강은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이뤄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허울뿐인 꼭두각시 정부 뒤에 숨어 각자 이익 추구에 골몰한다면, 테러 척결 명분조차 부정될 것이다.
아프간의 행로는 흔히 떠드는 21세기 신 국제 질서의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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