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이게 우리나라 시장인지, 해외 어느 나라 시장인지 헷갈릴 지경이에요. 주가지수가 700을 넘었다고 난리지만, 나에겐 딴 세상 얘기일 뿐이죠."주식시장이 다시 급등세로 출발한 6일 여의도 증권가 주변에서는 환호의 탄성보다는 낙담의 한숨소리가더 크게 들리는 듯 했다.
지수는 9ㆍ11 테러 이후 저점 대비 무려 220포인트나 올라 5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뻐하는 투자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주가 급등이 외국인의 '외끌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지수 영향력이 큰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집중 매입해 주가지수는 급등했지만, 개인이 선호하는 중소형주는 그렇지 못했다.
주가를 끌어올리고, 내리는 힘도, 급등한 주가의 혜택도 소수 외국인에게만 집중되는 '남의 잔치'라는 점이 국내 투자자의 박탈감을 더욱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98년 외국인의 주식투자 한도가 철폐된 이후 우리 증시에서 외국인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막강한 힘을 실감한 적도 별로 없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 증시의 취약성이다.
기관은 버팀목 역할을 못하고, 개인은 소문만을 좇아 단타매에 치중하는 현재와 같은 투자행태로는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투자를 하는 외국인에게 번번히 당할 수 밖에 없다.
투자위험을 회피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하겠지만, 연기금 등 기관의 주식투자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개인이 중장기적으로 믿고 투자할 수 있도록 증시의 투명성과 정보의 신뢰성을 높이는 일은 그래서 절박하다.
김상철 경제부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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