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과학을 등지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중 자연계 지원율 감소(1998학년도 43%, 99년 40%, 2000년35%, 2001년 30%, 2002년 27%)가 이를 말해 준다.
물론 수능 자연계 지원자 수는 2001학년도의 경우 25만 1,000명이었지만, 자연계 대학에는 실제로 32만 7,000명이 입학했기 때문에 엄밀히 과학기술 인력 자체가 현격히 줄어 들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수능에서는 인문사회 또는 예체능계를 지원했다가, 대학 지원 시에는 자연계로 진로를 바꿀 수 있는 '교차지원 제도' 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입 제도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연계 대학생의 학업 능력이 떨어지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고교 시절 수학, 과학의 기초를 쌓지 못한 학생들은 비록 자연계 대학에 입학했다 하더라도 이공계 대학에서 요구되는 과학적 사고 수행능력이 떨어져, 뛰어난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질 낮은 과학기술 인력 배출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교차지원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과학에 흥미를 잃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주입식 교육과 부족한 실험실습 시설·기자재 등과 관련이 있다.
실험 재료비는 학교 당 월평균 고작 15만∼25만 원 정도이고, 실험연수를 받은 과학 교사는 전체 과학 교사의 10%∼22% 정도에 불과하다.
학생들의 과학적 상상력을 북돋울 교육 환경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이런 과학 교육의 실상은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 연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만 15세 학생들의 과학 및 수학 학업성취도는 조사 대상국 32개국 중 각 1위와 2위지만 수학과 과학기술 흥미도, 창의력,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은 OECD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아무리 현재 성적이 1위라 해도 미래발전의 척도가 되는 '선호도' 즉 흥미도가 최하위라는 것은 '미래'가 없음을 의미한다.
또 국가별 최상위5% 학생의 점수 비교에서 과학은 5위, 수학은 6위로 뒤처져 최우수 두뇌에서도 그다지 발군이 아님도 드러났다.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교육 평준화가 평균적으로 높은 성과를 낸 것은 확실하지만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맞춘 특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과학영재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또 일반 학생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학업성취도와 흥미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과학 교육에 있어 몇 가지 혁신이 있어야 한다.
그 첫째가 초·중·고의 과학 교육을 창의력과 재미를 길러주는 방향으로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예산책정과 더불어 학교에서 그리고 대학입시에서의 과학성취도 평가방식에 변화가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청소년들을 자연계 대학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 방안을 널리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연계열로 시험을 보면 수능에서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들지 않도록 인문계열 과목과의 난이도 조정이 필요하다.
또 자연계 학생들에 대한 병역 특례, 자연계 전공자에 대한 장학금 지급, 과거의 대통령 장학금과 같은 해외유학 혜택도 강구되어야 한다.
셋째, 근본적으로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에 친숙해지도록 과학의 대중화, 과학의 생활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해 전 국민의 축구 열기를 북돋워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스타 과학자의 발굴과 대중강연 활성화, 또 언론의 힘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합적인 노력 하에서 수학ㆍ과학 성취도가 1위인 우리가 창의성, 흥미도에서도 1위인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21세기 과학기술 시대에서 앞장서 갈 수 있다는 것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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