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를 무슨 재미로 볼까.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멋진 라이브로 들으며 열심히 따라 부르는 것. 소박하지만 가장 평범하고 원칙적인 기대치다.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지는 조용필 콘서트 ‘2001 그리움의 불꽃’은 이런 콘서트의 의미가 너무 좁다고 느낄 만큼 벅찬 볼거리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99년 예술의전당 공연을 시작하면서 표방했던 ‘뮤지컬 형식’이 윤호진(뮤지컬 ‘명성황후’‘둘리’)등 전문 연출가의 손을 거치면서 공연예술과 대중문화의 든든한 결합을 보여준다.
등장부터 충격적이다. 손톱만했던 무대가 전후좌우로 넓어지면서 조용필이 나타난다. 카메라의 줌 인 기법을 무대로 구현한 것이다. ‘고추잠자리’와 ‘단발머리’를 부를 때는 무대가 또 한번 파격적으로 변한다.
가을빛 물든 풀숲 언덕에 천진한 아이들이 쏟아져 나와 술래잡기를 펼치는가 하면 ‘단발머리’에서는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한다. 어떻게든 서로에게 말 한 마디 건네보려는 남, 녀 고교생들의 쑥스럽고 익살스러운 몸짓이 스톱모션, 슬로우모션 등 만화적 기법으로 재현된다.
감미로운 어린시절을 지나면 고독과 슬픔의 무대가 이어진다. 오케스트라 편곡과 무용수의 애절한 몸짓이 비장미를 더하는 ‘창밖의 여자’를 지나 뮤지컬 ‘명성황후’주연을 맡았던 성악가 김지현과 함께 부르는 ‘슬픈 베아트리체’는 더 비극적이다.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수녀들의 무대가 또 한번 입체적으로 좁아지며 조용필 만이 하나의 점으로 남게 되는 1부의 마지막에 이르면 관객은 할 말을 잃고 박수만 친다.
노래와 무대, 그리고 연기. 서로 질세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이들에 관객은 좀처럼 끼어들기 힘들다. 뮤지컬이나 미술작품을 감상하듯 감탄만 할 뿐. 고전적인 콘서트의 흥겨움을 고대하는 이들을 위해 2막이 열린다.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트러스 조명을 세운 반구형 무대 위에 밴드 ‘위대한 탄생’이 등장한다. 때로는 폭발적인 사운드로, 때로는 키보드와 피아노만 앞세운 간소한 편곡으로 관객에게 공간을 열어주며 쥐락펴락한다. 지긋한 중년 신사들도 ‘오빠’를 외치며 때로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다.
230여명의 스태프, 6억원의 제작비, 1년 남짓한 제작기간. 조용필 콘서트는 구구한 설명을 생략한 채 “무대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말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실감케 한다.
‘조용필’이라는 유명세에 의존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쇄신을 거듭하는 장인정신은 록 콘서트에서마저 립싱크를 하는 어이없는 현실에 조용하지만 무서운 일침을 가하는 듯 하다. 빗발치는 요청으로 하루 더 연장(10일까지)했지만 표 구하기는 여전히 힘들다.(02)580-1300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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