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 / '두사부일체' "이 형님이 공부좀 하겠다는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 / '두사부일체' "이 형님이 공부좀 하겠다는데…"

입력
2001.12.06 00:00
0 0

영화 ‘두사부일체’의 광고 카피 중의 하나는 ‘그래, 나 또 조폭이다’. 아마 영화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한 카피로 뽑힐 만하다. “또 조폭영화냐”라는 세간의 ‘의혹’을 염두에 둔 직격탄.‘두사부일체(감독 윤제균)’는 고교 졸업장을 따기 위해 편입한 조폭 계두식(정준호)이 깡패에게 돈까지 뜯기며 본색을 숨기지만, 사악한 사학재단의 횡포에 맞서 ‘분연히’ 일어서게 된다는 얘기. ‘두목과 스승과 아버지는 한 몸’이기에.

전반부는 ‘조폭 마누라’ ‘달마야 놀자’에서 익히 보아왔던 ‘민간 농담’시리즈로 이어진다. “메일 주소 불러봐” “서울 성북구…” “다음카페에 방 하나 만들려고” “야 너 왜 그래. 요새 카페가 돈 되냐” 이런 식이다. 전작들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폭력성은 더욱 강도가 세졌고, 성적 농담은 더욱 구체적인 ‘물증’이 제시된다는 것.

형광등으로 머리를 내려 찍는 것으로 시작해 쇠막대로 머리를 내려치는 장면에는 육중한 효과음이 더해진다. 그러나 자신의 부하에게 가하는 일상적 폭력은 양념이라기엔 너무나 불쾌하다. 포경수술 장면에서 비뇨기과 의사는 계두식에게서 ‘구슬’을 뽑아낸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많지만 차라리 ‘싸구려 정서’의 심화로 나갔으면 이 영화는 작품성 대신 오락성이라도 확보했을지 모른다.

계두식과 가난한 여학생 윤주의 사랑은 80년대식 ‘호스티스 영화’의 변주 같고, ‘상문고’ 사학재단의 비리를 연상시키는 ‘상춘고’의 비리에 분연히 일어서는 모습은 ‘고발 영화’의 틀을 흉내냈다.

멜로 정서와 사회고발이라는 또 다른 토끼를 잡으러 영화가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동안 웃다 만 관객은 “이것도 코믹버전인가” 의심하며 멍하게 화면을 바라보게 된다.

덜컹거리는 학교 담 세트, 교복 입은 윤주의 얼굴에서 번지는 마스카라, 부은 얼굴을 만들기 위한 마우스피스가 관객의 눈에 비치는 것은 한국 영화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허술한 디테일.

정준호는 이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듯하다. ‘아나키스트’ ‘흑수선’등에서 선명하지 못했던 그의 연기는 오히려 ‘어쩡쩡한 계두식’의 캐릭터를 통해 빛을 발했고, ‘넘버 2’ 정웅인, 영어교사 송선미, ‘열혈교사’ 박준규 등 조연들의 캐릭터도 명확하다.

그러나 거친 다큐 화면을 겹쳐 넣은 시도는 영화 수준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영화가 상투적 폭력과 싸구려 농담에 무게 중심이 더 실려 있기 때문이다.

/박은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