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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朝三暮四식 추곡수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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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朝三暮四식 추곡수매가

입력
2001.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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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추곡 수매가를 올해 수준에서 동결키로 한 결정은 농정의 포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시한 폭탄’이 터질 시간을 얼마간 연기한 것에 불과한 이번 결정이 쌀 농사 해결의 근본책일 수는 없다.

농림수산부 자문 기관인 양곡유통위원회는 얼마 전 내년도 추곡 수매가의 4~5% 인하를 건의했다.시장 개방이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 쌀 농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당시 관계자들은 “농민들 반발은 예상되나 우리 농업의 생존을 위한 최선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방침은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이번 추곡 수매가 동결방침에 대해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줄어든 농가 소득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데다 올해 쌀값이 처음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갑작스런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농민을 두 번 속이는 짓이다.

‘현실’이란 것이 무엇인가. 정부가 내년의 각종 선거를 크게 의식하지 않았나 보여진다. 현재 우리 쌀값은 다른 나라에 비해 최고 10배까지 비싸다.

그런데 앞으로는 쌀 수입을 막을 수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소비자들은 싼 상품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언제까지 쌀은 우리 것이 좋다고 신토불이 애국심에 의지할 것인가.

공산권이 붕괴된 이후 이념이 차지하던 자리는 경제가 대신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상징적이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대외 환경의 변화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포착하느냐가 중요하다. 쌀 문제가 대표적이다. 양곡위윈회가 오죽하면 수매가 인하를 건의했겠는가를 정부와 정치권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쌀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쌀 소비량의 지속적인 감소, 시장 개방의 불가피성 등은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 차원을 넘어 확실시 되어 왔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거의 없었던 거나 다름이 없다.

‘대통령직을 걸고 쌀 시장 개방을 저지하겠다’는 식의 논리가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 그래서 농림부 장관의 “쌀 시장 개방을 감안한다면 꾸준히 추곡 수매가를 인하해야 하지만, 이는 여러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발언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이제는 무엇이 우리 농촌을, 특히 쌀 농가를 살리는 길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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