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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가 본 D조 3개국 전력 / (3)폴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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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가 본 D조 3개국 전력 / (3)폴란드

입력
2001.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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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에 월드컵 나들이를 하게 된 폴란드 축구는 나름대로 사연을 갖고 있는나라이다. 축구의 정치경제학이라고 할까.동구권 파워축구의 본고장 폴란드는 사회 안정과 스포츠 발전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준다. 74년과 82년월드컵 3위에 올라 70년대부터 8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폴란드 축구는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의 민주화 운동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서 성장이 벽에 부딪쳤다.

사회의 격변기를 겪으며 유소년 축구는 밑동이 잘렸고 많은 유망 선수들은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둥지를 틀었다. 폴란드가86년 멕시코대회를 끝으로 한동안 월드컵 본선에 얼굴을 내밀지 못했던 것은 사회혼란과 무관하지 않다.

민주화가 새싹을 틔우며 폴란드 축구는 재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유소년클럽 활성화와 경기장 등 하드웨어에 대한 폴란드의 집중투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모범사례’로꼽고 있을 정도다. 예선 5조에서 1위(6승3무1패)로 자동진출국 프랑스를 빼고 가장 먼저 본선티켓을 거머쥔 사실은 폴란드축구 도약의 신호탄으로 봐야 할 것이다.

폴란드의 ‘흑일점’ 이마누엘 올리사데베(22ㆍ파나티나이코스 아테네)는 최고의 골게터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폴란드에 귀화한 올리사데베는 지역예선서 8골을 넣어 새로운 조국에 본선티켓을 선물했다.

블라디슬라프 엥겔 감독의 적극적인 설득으로 폴란드 대통령은 ‘5년간 국내 거주’라는 요건을 무시하고 올리사데베에 대한 특례조치를 허락해 대표팀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골 세레모니 때 무표정한 얼굴로 별다른 기쁨을 표시하지 않아 ‘슬픈 스트라이커(sad striker)’라는 별명을 갖고 있지만 올리사데베는 폴란드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선수이다.

폴란드 선수 대부분은 독일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 서유럽에서 뛰고 있다. 포르투갈이 유럽국가이면서도 기술을 바탕으로 한 브라질 축구에 가깝다면, 폴란드는 힘과 스피드를 구사하는 전형적인 유럽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 그러나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도 많다.

히딩크 감독이 폴란드를 상대하기 힘든(tricky) 팀으로 꼽았다는 말을 들었다. ‘tricky’라는 단어는 교활하다는 뉘앙스도 담고 있는 데 체격이 좋으면서 개인기도 좋아 히딩크감독이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지역예선에서 평균 0.91골만 실점해 수비도 튼튼하다.

올리사데베와 투톱을 이루는 파벨 크리잘로비치(독일 프랑크푸르트)도 주의해야 할대상. 골키퍼 두덱(잉글랜드 리버풀), 미드필더 하이토(독일 샬케04)는 엥겔 대표팀 감독이 꼽는 최고의 선수이다.

폴란드는 한국과 A매치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지만 여러모로 우리보다는 전력이강하다. 같은 조의 3팀 중 전형적인 유럽식 축구를 한다는 점도 우리에게는 부담이다. 폴란드는 국제축구 무대에서 한동안 ‘잊혀진나라’였기 때문에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런 만큼 각별한 분석과 연구가 있어야 한다.서로를 16강 제물로 바라보는 한국과 폴란드의 대결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전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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