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성스러운’ 방식이 아니라면, 종교를 둘러싼 어떤 표현도 ‘이단’의 논쟁이 불가피하다. 소변에 예수상을 담은 안드레 세라노의 작품이 그러했고, 예수를 흑인으로 묘사한 ‘도그마’가 그랬다. 불교계도 마찬가지. 성철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역시 불교계의 반대로 배우들이 머리까지 깎은 상태에서 무산됐다.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The Last Temptation Of Christ)’의 경우는 표현 강도가 큰 만큼 반발도 더욱 세다. 엄격한 가톨릭 집안 출신으로 한 때 신부가 되려고도 했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원작 소설을 토대로 1988년 논쟁적인 영화 ‘예수의 마지막 유혹’을 발표했다.
개봉 당시 미국에서도 엄청난 논쟁이 있었고, 10년이 지난 98년 우리나라에 수입됐으나 교계의 반대로 상영되지 못했다.
14일 개봉하는 이 영화를 두고 이번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부여한 것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 상영 저지운동을 펼치겠다"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장면은 논쟁과 논란거리이다. 예수(윌리엄 데포)는 성서대로 목수의 신분이지만 유대인을 처형하는 로마인을 위해 십자가를 만들며 “언젠가 나의 육체로 나의 죄를 갚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자들 앞에서 예수는 손으로 자기 가슴에 손을 넣어 심장을 꺼낸다.
진짜 논란거리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이후부터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가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할 때 수호천사가 나타나 이제 인간으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예수는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를 낳는다. 마리아가 집을 비우면 다른 여인이 예수를 유혹하고 수호천사는 “여자는 얼굴만 다를 뿐 모두 하나”라며 그들의 유혹을 기꺼이 받아들이도록 한다.
임종을 앞둔 예수는 유다(하비 케이텔)가 “왜 악마의 유혹에 넘어 갔느냐”고 울부짖은 후에야 그것이 악마의 유혹이었음을 깨닫는다. ‘각론’으로 보아서는 충분히 논쟁이 될 만하다. 예수를 밀고한 유다 역시 영화에서는 십자가에 매달리려는 예수의 부탁으로 로마군에게 그를 밀고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영화는 많은 ‘이단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정한 사랑에 이르는 길을 가는 예수를 보여준다. 보여지는 유혹은 “그러했으므로 더욱 성스럽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독실한 신앙인에게는 불쾌감을 줄 만한 영화이지만, 비신자의 입장에서는 종교적 상상력이 새로운 발상으로 느껴질 만도 하다. 특히나 종교와 관련한 깊은 논쟁이 없는 우리 영화의 현실을 비추어 본다면 말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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