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의 부실한 관리를 둘러싼 공직자들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관가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이상용(李相龍)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표를 제출한 것을 계기로공직자 문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향후 사법당국의 수사강도와 여야의 정치쟁점 확산여부에 따라 상당한 규모의 인사태풍이 불 가능성도 높다.
특히 공적자금집행을 위한 자문기구로 발족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박 승(朴 昇)위원장이5일 공적자금의 부실한 집행과 관련, “관료들이 공자위 민간위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강하게 비판, 관료책임론을 증폭시키고 있다.
■관료책임론 급부상
두차례에 걸쳐 총140조원이 조성된 공적자금(투입액 160조원)의 조성 및 투입지시는재경부, 금감위가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들 기관도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공적자금의 조성에서부터 회수까지의 전과정에재경부와 금감위 관계자들이 직접적으로 개입해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부처의 기관장 및 해당공무원에 대한 문책이 없이 정부의 지시를받아 공적자금을 집행해온 예보, 자산관리공사(KAMCO) 간부만 ‘희생양’으로 삼을 경우‘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야당이 공적자금의 관리소홀 책임을 물어 진념(陳 稔) 부총리 등 경제팀의 총사퇴와 책임자 엄벌,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는것도 정부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전주성(全周省) 이화여대 교수는 “그동안 공적자금의 조성 및 투입규모만 발표됐지, 투입후의성과 및 정책적 판단의 오류등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전무했다”면서 “정책결정 과정상의 하자나 잘못된 판단을 따져 향후 공적자금 조성 및 투입시 반면교사로 삼기위해선 관료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제일은행의 경우 풋백옵션(추가부실이 발생시 손실보전) 방식으로 매각, 공적자금 투입금융기관의 민영화시 불평등조약이 관행화되고, 국민의 세금으로 대우채의 80%를 환매해주는 등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공직자책임론에 반발하는 정부
공적자금과 관련해 십자포화를 당하고 있는 정부는 공직자책임론이 확산되자 진화작업에부심하고 있다.
진념 부총리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부실금융기관의 관리소홀에 책임이 있는 공직자에 대해선 책임을 묻겠다”면서도“불난 집에 소방차를 동원해 불을 꺼주니까 가재도구와 화단을 망가뜨렸다고 항의하는 것과 같다”라며 공직자 책임론에 불편한 심기를 보였다.
공직자들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공적자금의 관리 및 회수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위해선 예금자 우선변제권을 도입하고, 예보에 부실징후가 있는 금융기관 및 기업에 대한 사전조사권 부여등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의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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