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붕괴 이후 아프가니스탄을 이끌 정파 지도자들의 세대교체 현상이 뚜렷하다.지난 달 27일부터 독일 본에서 열린 아프간 정파 회의를계기로 자히르 샤(87) 전 아프간 국왕이나 부르하누딘 랍바니(59) 북부동맹 대통령 등 구세대의 영향력이 퇴조하고 온건 이슬람주의 성향의40대 신세대들이 정치 무대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아프간 각 정파는 과도 정부의 총리로 하미드 카르자이(46) 사령관을 추대했다고 유엔이 5일 밝혔다.
또 내무,외무 ,국방 장관 등 핵심 요직에는 유니스 카누니(44),압둘라 압둘라(43),모하마드 파힘(46)등 북부동맹의 신세대 트로이카가 지명됐다.
북부 동맹은 당초 랍바니 대통령이 수반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북부 동맹의 권력 독점을 우려한 다른 정파들이 반발하자 파슈툰족이면서 북부동맹과도 신뢰를 쌓아온 카르자이를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내각에 참여할 명단 제출을 미루면서 본 회의 합의를 방해했던 랍바니 대통령은 미국고과 자파 신세대 지도자들의 압력을 받고 명단 제출에 동의함으로써 영향력 감퇴를 자초했다.파이낸셜 타임스는 "북부동맹의 젊고 온건한 세대가 랍바니를 밀어내고 권력의 중추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세대 지도자들은 9월 암살된 북부동맹의 영웅 아프메드 마수드 국방부 장관의 측근이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이다. 특히 구 소련과의 전투와 내전을 치르면서 군사 엘리트로 성장한 이들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배척하고 민주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랍바니 등 이전 세대와 뚜렷이 구분된다.
북부 동맹측 대표로 본 회의에 참석한 카누니는 랍바니 대통령에 반기를 들면서까지 다른 정파와의 합의를 이끌어 내 탁월한 교섭 능력을 인정 받았다.카불 의대를 졸업한 안과의사로 영어에 능통합 압둘라는 북부동맹의 대변인으로 활약하면서 서방에 유연한 아프간인의 인상을 남겼으며,파힘은 마수드 사망 이후 군의 최고 실세로 부상했다.신·구측면에서도 편차가 심하다.카누니가 카불에 입성한 직후 시민들에게 '복장의 자유'를 선언한 반면 랍바니는 아프간의 비 이슬람화에는 소극적이다.
탈레반 집권 이래 처음으로 여성각료가 탄생한 것도 이번 내각 구성에서 눈에 띠는 대목이다.샤 전 국왕파가 추천한 시마 사마르가 부총리 겸 여성부 장관에,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는 수하일라 세디키가 보건부 장관에 각각 기용됨으로써 탈레반 치하에서 억압을 받았던 여성들이 정치 일선에서 활약하는 변화를 겪게 됐다.
김승일 기자
■총리 카르자이
아프간 과도 내각 총리 하미드 카르자이는미국이 ‘이상적인’ 차세대 지도자로 후원하고 있는 파슈툰 출신 군벌이다.
부르하누딘 랍바니 정권 시절 외무부 차관을 지내다 1992년 탈레반이집권하자 미국으로 망명했던 그는 지난 달 귀국, 미국의 군사지원 아래 남부 칸다하르를 공략하고 있다.
1980년대 구 소련과의 전쟁 영웅 중 한명.그가 독일 본 회의에서 총리로 급부상한 것은 아프간 종족간 역학 관계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아프간 최대 종족인 파슈툰을 대표하는 데다 온건성향에 균형 감각을 갖춰 각 정파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여성부총리 사마르
아프간 최초의 여성부총리로 발탁된 시마 사마르(44)는 소수 종족인 하자라족 출신으로 카불대 의대를 졸업했다.옛 소련침공 이후 파키스탄으로 망명해 난민촌에서 진료활동을 펼치다 1989년 아프간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의료·교육 지원 기구'슈하다'(순교자)를 설립,아프간 내에 5곳의 병원과 4곳의 진료시설,파키스탄 퀘타에 난민 여학생을 위한 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보건장관 시디키
보건 장관에 지명된 수하일라 시디키(60)는 칸다하르 출신의 파슈툰족으로,역시 저명한 외과의사다.아프간의 유일한 여성장군 출신인 그는 '장군 수하일라'로 더 잘 아려져 있다.남성에 예속되는 것이 싫어 결혼도 거부한 여걸로,아프간 젊은 여성들 사이에 우상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탈레반 집권 후 여성 취업 금지로 병원에서 ?i겨나는 등 갖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아프간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카불으 여성아동병원장을 맡고 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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